[임수지의 마케팅 원포인트 코칭]<1>고장난 마케팅, 구매과정을 파악하라!

‘판매만 독려하는 마케터가 될 것인가, 아니면 시장 흐름을 선도하는 마케터가 될 것인가.’

마케팅의 시대다. 개인 역량도, 제품도, 서비스도, 심지어 영토도 사고파는 시대다. 마케팅이 2015년 세계 경제의 핫 키워드인 셈이다. 전자신문은 임수지 보스턴 에머슨대 교수이자 글로벌 마케팅회사 트라이벌비전 부사장과 함께 한국 기업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최신 마케팅 전략과 전술 노하우를 기획·연재한다.

임수지 에머슨대 교수·트라이벌비전 부사장
임수지 에머슨대 교수·트라이벌비전 부사장

“매출은 물론이고 더 이상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문의조차 오지 않습니다.”

어느 중소기업 CEO가 지난해 한국 방문 때 하소연하다시피 꺼낸 말이다. 그래도 예전엔 가끔 한국 내 고객이나 해외 바이어로부터 문의도 오고, 발로 뛰면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방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어려운 한국 제조업 경쟁 구도 속에서 대만,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까지 붙게 되니 이제는 정말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고 설명하던 그는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 것밖에 결국 답이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한정된 자본과 인력이 전부인 중소기업이 해외 바이어에게 기업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쉽지 않으니 어쩌면 좋겠냐”고 토로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것 같은데, 왜 안 될까요?” 미국에서 20여년간 글로벌 마케터로 경력을 쌓았지만 요즘처럼 이런 질문을 많이 받을 때가 없는 것 같다.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표는 판매(세일즈)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 자체가 세일즈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기술 변화가 시장에 일대 변화를 일으키면서 기존 구매 과정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즉, ‘모던 마케팅 혁명’으로 불리는 변화로 인해 전통적 마케팅 방식으로 바이어와 소통이 어렵게 됐다. 과거에 통했던 방식은 그 효력을 상실했다.

모던 마케팅 혁명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까지 들어와버린 오늘날, 몇 십년 전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바이어를 유혹(?)하려는 접근 방법은 판매는 고사하고, 결국 허망하게 깨어버릴 꿈에 불과하다. 기존 방식이 아직도 효력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기술 혁명 속에서 바이어 구매 방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정보가 귀하던 예전에 세일즈맨을 통해 제품 정보를 구하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 바이어들이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는 시대가 됐다.

예를 들어 고가의 상품을 살 때, 과거와는 달리 백화점을 찾기도 전에 이미 직접 정보를 수집하고 어느 정도 이상의 구매 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오늘날, 우리는 과연 얼마나 TV 광고에 의존해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세일즈맨의 제품 홍보를 믿고 고가의 제품을 덥석 구입하게 되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집에 배달되는 광고물에 관심을 가지는가. 또 얼마나 많은 바이어가 전시회에서 나눠 주는 기업의 광고 전단 내용을 믿고 있는가.

이와 같이, 구매 과정과 방식은 바뀌었고 이로 인해 구매 과정 파워는 더 이상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만 갖고 있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광고물이나 세일즈 전단에 많은 리소스를 쏟아부으며 과거 방식에 의존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아이러니한 일이다.

특히 지금은 빅데이터까지 활용해 바이어 구매 패턴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모던 마케팅 혁명 시대다. 마케터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시대가 온 것이다. 필요한 요구를 알아서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필요한 것을 전달하니 얼마나 대단한 환경 변화인가.

특히 리소스가 한정된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에는 엄청난 기회다. 드넓은 세계시장으로 쏟아져나갈 수 있는 문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소기업이라도, 발품을 팔아 해외 바이어를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제 세일즈 사이클을 단축할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물론 변화한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구매자 패턴 분석 등의 노력은 필수다.

이제 기업들은 과거 비즈니스 성과를 데이터로 만들어 자체 강점을 재분석하기 시작했다. 논리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강점을 적극 활용해 숨어 있는 글로벌 바이어를 파악한다. 바이어의 구매 과정과 정보 수집 경로를 수집하고, 확보한다.

과거 문의만 기다리던 소극적 방식에서 전략적으로 경로를 파악해 적극적으로 나가는 첫 걸음이다. 스마트 환경의 급속한 도래와 확산 속에 위기에 대처하고 기업의 미래를 개척할 방법도 찾기에 따라 수없이 많다.

美 에머슨대 교수·트라이벌비전 부사장 sim@tribalvis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