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메탈 케이스, 스마트폰 디자인 혁신의 핵으로 부상하다

[이슈분석]메탈 케이스, 스마트폰 디자인 혁신의 핵으로 부상하다

메탈 케이스가 스마트폰 디자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한때 메탈 케이스는 애플의 전유물로 인식됐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아이폰·아이패드 시리즈의 미래적인 느낌을 강조하고자 메탈 소재를 주로 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등 나머지 스마트폰 업체들은 플라스틱 케이스를 주로 썼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메탈과 플라스틱 소재를 고수하면서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을 추구했다.

그러나 플라스틱 케이스를 쓰던 중국·대만 업체들이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려 스마트폰에 메탈 소재를 쓰기 시작했다. 마침내 삼성전자마저 지난해 메탈 소재를 채택한 ‘갤럭시 알파’ ‘갤럭시노트4’를 출시하면서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값비싼 소재지만 메탈 케이스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스마트폰 브랜드 간 차별점이 점차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스마트폰 경쟁은 반도체 스펙·디스플레이 크기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지금은 디자인 외에 차별화 요인을 찾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메탈 케이스는 강도가 높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줘 사용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메탈 케이스는 이미 아이폰·아이패드·맥북뿐만 아니라 소니·에이서·에이수스 등의 노트북PC 외장재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얼마 전부터 HTC·레노버·ZTE의 전략 제품과 샤오미 ‘Mi4’에도 쓰였다.

올해 메탈 케이스 시장을 견인할 주역으로는 삼성전자가 꼽힌다.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메탈 케이스 채택 비중은 7%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 45%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모바일기기용 메탈 케이스 수요는 지난해 2억2000만대에서 올해 5억대로 12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 변화로 국내 후방 산업 업체들이 바빠졌다. 그러나 국내 업체는 전반적으로 중국·대만 업체에 비해 케이스 생산 기술이 앞서 있지만 메탈 케이스만은 뒤처져 있다. 중국·대만 업체가 다양한 소재를 적용한 케이스 기술 개발에 힘써 온 것과 달리 국내 업체는 플라스틱 케이스에만 집중해온 탓이다.

세계 메탈 케이스 시장은 캐처·폭스콘·페가트론·케이스텍 등 애플 협력사가 주도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현재 아이폰·아이패드·맥북용 메탈 케이스를 생산 중이다. 규모가 가장 큰 업체는 대만 혼아이 자회사 폭스콘테크다. 컴퓨터정밀제어(CNC) 장비를 2만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월 생산능력은 1000만~1100만개 수준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업체들은 기존 아이폰 협력사로부터 메탈 케이스를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재 메탈 케이스 생산에는 CNC 방식으로 금속 덩어리를 깎아내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이 같은 메탈 케이스 가공 기술로는 국내 기업이 중국·대만 업체와 경쟁하기 쉽지 않다. 중국·대만 업체들은 애플에 메탈 케이스를 공급하면서 기술을 선점했을 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새로운 메탈 가공 기술로 기존 게임의 규칙을 바꾼다는 목표다. 대표적인 게 바로 다이캐스팅 기술이다. 다이캐스팅으로 만든 메탈 케이스는 강도가 떨어져 스마트폰 외장재로 쓰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다이캐스팅과 CNC 방식을 혼합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상업화가 가능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노트4에 다이캐스팅+CNC 혼합 방식으로 생산한 메탈 케이스를 썼다.

다이캐스팅+CNC 혼합 방식은 기존 CNC 가공방식보다 생산 시간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생산성이 높다. 후가공도 기존 25공정보다 대폭 줄어든 8공정에 불과하다. 생산량은 250%, 원가는 2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산 기술만 안정화하면 중국·대만 업체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다이캐스팅 방식은 생산 과정 중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품질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다이캐스팅과 CNC 방식을 혼합하면서 소재 표면 품질이 크게 개선됐다.

국내 업체를 중심으로 메탈 케이스 관련 대규모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제2 공장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폰 메탈 케이스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메탈 디자인 혁신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또 한 번 티핑 포인트를 만들어낸다는 야심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고가형 프리미엄 스마트폰부터 중저가 제품까지 폭 넓게 메탈 케이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 삼성전자라고 해도 지금 시장 상황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메탈 케이스가 스마트폰 디자인에서 그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애플 메탈 케이스를 넘어설 기술로 나노 다이아몬드 코팅에 주목하고 있다. 메탈 표면에 나노 다이아몬드를 코팅하면 마그네슘·알루미늄 등 경량 금속이 흠집·변형 등에 취약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당초 이 기술은 러시아가 우주·항공용으로 고안했지만 비싼 가격 탓에 상업화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생산성을 높여 나노 다이아몬드 가공비용을 낮출 계획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