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탈 케이스 생산용 CNC 설비, 플라스틱 케이스 협력사에 임대 검토

삼성전자 메탈 케이스 생산 공정<자료: 삼성전자>
삼성전자 메탈 케이스 생산 공정<자료: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메탈 케이스 생산설비를 플라스틱 사출 협력사에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메탈 케이스 자체 조달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플라스틱 케이스 협력사들이 수주 급감에 따른 재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메탈 케이스 자작 전략이 바뀌면 국내 후방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베트남 공장에 설치할 1만대 규모의 메탈 케이스 컴퓨터정밀제어(CNC) 장비 중 2000~3000대를 협력사에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베트남 제2 공장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해 1만대에 달하는 메탈케이스 제작용 CNC 장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미 일본 장비 업체에 2000대 분량의 1차 발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중 2, 3차 추가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알파·갤럭시노트4 등을 시작으로 메탈 케이스를 대거 채택하고 있다. 올해는 고가형 프리미엄 제품부터 중저가 제품까지 폭 넓게 메탈 케이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베트남 옌퐁 공장 주변에 진출한 플라스틱 케이스 협력사들이 CNC 장비 임차 대상으로 유력한 상황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플라스틱 사출 업체들은 공장 부지가 상대적으로 넓고 물류상 이점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메탈 케이스는 다른 부품에 비해 무겁고 운송 중 흠집·파손 등 불량 발생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가 CNC 장비를 임대해 주게 되면 플라스틱 사출 업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케이스를 플라스틱에서 메탈로 바꾸면서 생산 물량이 크게 줄었다.

CNC 장비를 설치하고 메탈 케이스를 본격 수주하면 공장 가동률을 어느 정도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또 큰 자금을 투자하지 않고 메탈 케이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삼성전자가 구입한 CNC 장비는 고급 일본산 제품으로 중국·대만 제품 대비 생산 수율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 종속도가 더욱 높아져 통제가 심해질 우려도 있다. 플라스틱 사출 업체들이 거래처 및 제품 다변화하는 데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라스틱 케이스 협력사는 삼성전자 공급망관리(SCM)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며 “경쟁력 있는 케이스 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도록 삼성전자가 어느 정도 감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NC 장비는 컴퓨터를 내장해 미리 입력한 수치에 따라 정밀하게 기계와 금속 소재를 가공할 수 있는 공작기계다. 메탈 케이스 제작의 핵심 장비로 수율과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