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3>원혜영 특허허브국가 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원혜영 대한민국 특허허브국가 추진위원회 공동대표는 “세계 특허소송은 변호사 비용만 연간 200조원에 달하는 거대 법률시장으로 특허허브국가 추진은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원혜영 대한민국 특허허브국가 추진위원회 공동대표는 “세계 특허소송은 변호사 비용만 연간 200조원에 달하는 거대 법률시장으로 특허허브국가 추진은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협력은 미래를 낳는다. 여야 국회의원 64명이 한국을 세계 특허소송의 허브 국가로 만들기 위해 뭉쳤다. 여기에 민간전문가 20여명도 가세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세계 특허 허브국가 추진위원회’ 창립총회를 열고 활동에 착수했다.

그동안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공학적으로 정쟁(政爭)을 일삼아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던 국회가 모처럼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특허허브국가 건설에 의기투합한 것이다.

추진위원회는 3명의 공동대표 체제다. 국회 원혜영(새정치민주연합)·정갑윤(새누리당) 의원과 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이 공동대표다.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기업 간 분쟁은 날로 증가 추세다. 삼성전자나 LG전자도 외국 업체와 특허분쟁 중이다. 특허시장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새해 들어 1월 19일 오후 2시 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816호실에서 이 모임의 공동대표인 원혜영 의원을 만났다. 그에게 구체적인 특허 허브국가 추진 구상을 듣고 싶었다.

그의 사무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원 의원이 한국 유기농업의 창시자인 선대인(先大人) 원경선 옹과 푸른 산과 들판을 배경으로 평상 위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언제 찍은 사진이냐고 묻자 원 의원은 “선친이 작고하기 몇 년 전 충북 괴산의 풀무원 유기농 시범농장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말했다. 과연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사무실에 걸어놓는 이가 몇이나 될까. 흔치 않은 모습이었다.

다른 하나는 만화로 만든 8여덟폭짜리 작은 병풍이었다. 원 의원은 “부천시장 재임 시절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부천시를 만화도시로 조성하자 박수동, 고우영, 이현세씨 같은 몇 분이 대표 캐릭터로 만들어 감사의 의미로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의원은 “특허를 포함한 지식재산권은 산업의 근본”이라며 “특허 허브국가 추진은 창조경제의 핵심이자 무공해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라고 판단해 지난해 9월 23일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처음 논의는 이보다 1년 전인 2013년 7월 25일 정갑윤 국회 부의장과 나, 이광형 원장을 비롯한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그해 9월 26일 대한민국 세계특허 허브 미래전략 심포지엄을 열었다. 지난해부터 관련법 개정을 위해 국회 보좌관들이 중심이 돼 각계 의견을 듣고 법안을 만들었다. 특허 허브국가는 조금만 개선하면 간단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이다.

-언제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나.

▲이번 주 발의할 생각이다. -누가 대표 발의자인가.

▲나와 정갑윤 부의장,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공동 발의한다. 취지가 좋아 2월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본다. 그러면 올해 안에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특허소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는 모든 법원에서 특허소송을 진행한다. 전문성이 없다 보니 책임 있는 재판이 어렵다. 국내 특허소송의 패소율은 70% 선이다. 국내 기업도 국내 재판을 기피한다. 소송에서 이겨도 배상액이 터무니없이 적다.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특허 손해배상액은 평균 7800만원이었다. 기업이나 개인이 다른 기업으로부터 특허침해를 당해도 이 정도 금액만 배상해 주면 모든 게 끝난다. 미국은 평균 배상금액이 102억원이다. 우리와 비교해 131배 차이가 난다. 몇 천만원으로 어떻게 그동안 연구개발비며 마케팅비를 감당할 수 있겠나. 법적으로 구제받더라도 더 이상 기업이 견딜 수 없다. 삼성도 국내에서 재판을 안 한다. 애국심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국내에서 소송하면 불리하니까 안 한다. 요즘 ‘포럼 쇼핑(forum shopping)’이라고 해서 어느 곳이 전문성 있고 유리한지를 찾아 미국도 가고 독일도 간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큰아버지 떡도 싸야 사 먹는다”고 하셨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대표 특허 허브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국가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특허 허브국가로 발전할 수 있겠나.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하다. 2012년 한국의 국제특허 출원 건수가 세계 4위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과 같이 특허출원 세계 빅5에 들어 있다. 중국과 일본이 이웃이다. 일본은 배타성 때문에 접근하기 어렵고 중국은 당이 지배하는 통제경제 체제다. 한국이 가장 유리하다. 한국 법관들의 자질은 우수하다. 여기에 전문성만 확보하면 특허 허브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개정 법안의 주요 내용은.

▲법원행정처와 특허청과 같은 관련부처와 협의해 마련한 개정안은 특허소송 관할집중과 특허소송 손해배상제도 개선을 위한 민사소송법과 법원조직법, 특허법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구했다. 지금은 특허권 침해소송의 항소심은 전국 23개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합의부에서 다루고 있다. 이것이 앞으로는 서울과 부산, 대전, 광주, 대구의 5대 고등법원 지역에서 1차 소송을 하고 2차는 특허법원에서 소송을 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5대 고등법원도 많다고 생각한다. 서울 중앙지방법원과 대전 특허법원 두 곳이면 충분하다. 그래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은 두 곳이고 국토가 넓은 중국도 세 곳뿐이다. 외국에 비해 불합리한 특허소송배상법도 개정한다. 개정안 제출 후 공청회도 열 방침이다.

-세계 특허 법률시장 규모를 얼마로 예측하나.

▲소송비용 기준 200조원 규모로 예측한다. 이 시장은 제조업처럼 설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전문 인력만 있으면 되는 블루오션이다. 관련 산업 파급효과까지 계산하면 50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본다. 한국이 특허 허브국가로 발전하면 200조원의 10분의 1만 유치해도 20조원이다. 이보다 좋은 창조경제 아이템이 어디에 있나.

-현재 국내 기업들의 특허소송 실태는.

▲현재 삼성전자는 애플과 9개국에서 20건의 특허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오스람과 5개국에서 18건을 소송 중이다. 한국 기업이 왜 외국에서 특허소송을 해야 하나. 특허소송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재판소를 선택한다. 우리가 특허중심국가로 발전하면 국내 기업은 국내에서 소송을 진행하면 된다.

-특허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하지 않나.

▲당연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특허법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특허분야를 잘 아는 분이다. 이번 일에 적극 찬성하셨다. 특허법원도 가정법원처럼 전문화해야 한다고 본다. 특허전담 법관들은 기술과 정보화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문법관 제도와 특허심사 인력을 증원. 예산 확보에 관해서 추진위원회 차원에서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많다. 지금 삼성그룹도 스마트폰이나 반도체를 대체할 신성장산업을 찾고 있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국정기조로 선택한 것은 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천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다. 대통령의 강력한 실천의지와 세부 전략이 있어야 한다.

-노무현정부 시절 입각을 거절했는데.

▲내가 부천시장에 당선된 후 6개월이 지났을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이 행정자치부 장관직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지역 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좌우명은.

실사구시(實事求是)다. 선친께서 ‘바르게 살아라. 자신과 가족만 생각하지 말고 이웃을 배려하는 생활을 하라’고 하신 말씀을 늘 가슴에 담고 있다.

원혜영 의원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가슴속에 검투사의 결기를 안고 있지만 언행은 늘 부드럽다. 20대엔 민주화투쟁을, 30대엔 풀무원을 창업했다. 지금은 연매출 1조5000억원이 넘는 풀무원을 절친에게 맡겼다. 40대에 정치에 투신해 부천시를 문화도시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처음 정치를 하려고 했을 때 부친과 나눈 대화는 감동적이다.

“하나님 기준으로 바르게 할 수 있겠느냐.” “하나님 기준으로 잘할지는 장담 못하겠지만 사람의 기준으로 바르게 할 수 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다. 옳은 것이 좋은 것이다.” 그는 투옥 두 번, 제적 세 번 후 25년 만에 서울대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검소가 몸에 익어 국회의원이 된 후 자동차를 45만㎞를 탄 후 근래 새 차로 교체했다. 기부문화가 생소했던 1996년 풀무원 지분 전액으로 장학재단을 만들어 매년 장학금을 주고 있다.

노무현·유인태·제정구 등 7명과 1997년 강남에 고기집 화로동선을 개업해 망한 적도 있다. 그는 “주인 없는 장사는 반드시 망한다”고 반대했지만 그래도 하자고 해 당시 2000만원씩을 투자해 개업했다. 그의 말처럼 장사에 실패해 정산 시 돌려받은 돈은 450만원이었다.

그는 민선 부천시장을 두 번 역임했다. 4선 국회의원으로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민주당 원내대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를 지냈다. 현재 국회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와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아버지 참 좋았다’ ‘발상을 바꾸는 시민이 즐겁다’ ‘원혜영의 혁신하라’ 등 다수가 있다.

이현덕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