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 눈 먼 스마트그리드 보급사업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보급 사업이 시장성 검증보다는 실적 쌓기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정부가 3년째 같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경험에 따른 질적 개선보다는 최저가 입찰제 도입으로 출혈 경쟁만 키우고 있다는 불만이다.

22일 관계 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은 최근 정부예산 62억원을 투입해 원격검침인프라(AMI)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위주의 ‘2014년도 스마트그리드 보급지원사업’ 사업 공고를 발표했다. 이 사업은 1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지난해 보급 사업이 최저가 입찰제 도입으로 당초 계획 물량을 초과하고도 예산이 남아 추가로 진행되는 것이다.

업계는 추가 사업 기회가 생겼음에도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사업 역시 최저가 입찰제로 진행되는 만큼 수익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처음 최저가 입찰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기업 위주의 보급 물량만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제로 지난해 사업은 전년 대비 약 40% 떨어진 가격에서 입찰됐다. ESS 사업은 양산 경쟁력을 갖춘 삼성SDI와 LG화학 배터리가 독차지한 반면에 가격 경쟁력에 불리한 탑전지·EIG 등 중소업체는 사업에서 떨어졌다. 12억~13억원 수준의 1㎿h급 ESS가격이 6억~8억원에 낙찰된 탓이다.

업계는 일방적인 보급 물량 확대보다는 현장의 실제 활용 효과를 분석해 사업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제 도입으로 보급 물량은 늘었지만 시장 진입에 목마른 기업들 참여는 크게 줄었다”며 “시장은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정부 보급사업은 무조건 싼 가격의 조달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금까지 보급 사업에 대한 효과 분석을 공개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수년간 5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ESS와 AMI를 보급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잘 운영되는지 현장별 효과 분석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입찰 방식을 논하기 전에 그동안 현장 데이터를 공유해 강점은 더욱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도록 하는 개선책을 마련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은 2015년도 사업부터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마트그리드사업단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지난해 연장이기 때문에 같은 입찰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올해 사업부터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개선할 점이 있으면 고치겠다”며 “입찰 방식뿐 아니라 니켈수소 전지 등 배터리 다양화와 종합 보고서를 통해 지난 보급 사업의 활용 데이터도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14년 스마트그리드 ESS 보급사업 선정 업체 현황(자료: 각사)

실적에 눈 먼 스마트그리드 보급사업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