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로 나온 사파이어 소재 업체들, 주인 못찾고 1년간 ‘감감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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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물로 나온 국내 사파이어 소재 관련 업체들이 새 주인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수요처로 기대가 컸던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이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가 스마트폰 커버 글라스 등 신 시장 개척도 어려워지면서 후방 산업에 대한 매력도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물로 내왔던 사파이어 소재 업체들이 1년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하자 신규 고객 확보와 경영전략 수립 등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LG실트론은 지난해 초부터 사파이어 잉곳·웨이퍼 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매수자를 물색해 왔지만 아직도 성과가 없다. 이 회사는 그룹 내 계열사인 LG이노텍이 LED 칩 제조 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물량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 사파이어 웨이퍼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LG이노텍 역시 LED 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가 LG실트론이 시장 수요가 많은 2·4인치 대신 대구경 6인치 LED용 사파이어 웨이퍼에 집중 투자하면서 시장 예측이 크게 빗나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실트론은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매출은 고작 수십억 원에 불과했다”며 “시장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으면서 매수자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파이어 잉곳의 원 소재인 고순도 알루미나를 제조·생산하는 포스하이알 역시 지난 2013년 1500억원을 투자해 연간 2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준공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지만 1년도 채 버티지 못했다. 권오준 포스코 신임회장이 철강을 제외한 비핵심 사업 매각에 나서면서 자연스레 포스하이알도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이미 공장 가동도 멈췄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력 대부분이 휴직을 낸 상황이고, 현재 작년 재고를 없애기 위한 최소 인력만 남아있는 실정”이라며 “신사업 추진 1년 만에 성과가 미비하다며 정리하려는 것은 소재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애초부터 육성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외에도 매물로는 나오지 않았지만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대규모 감산한 곳도 많다. OCI는 고가 장비가 필요한 열교환법(HEM) 방식으로 사피어어 잉곳을 생산하고 있어 수익 확보가 어려워져 최근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사파이어테크놀로지는 적자가 지속되자 기존 생산 수준에서 절반으로 감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 수요처인 LED 산업이 지지부진해 지면서 관련 후방 산업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이 시기를 틈타 중국 업체들이 국내 업체 매각에 관심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굳이 국내 생산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 이마저도 성사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