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디스플레이 세계 제패 꿈, 전투기 조종실에서도 무르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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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부회장-APC CEO 신뢰 속 탱크 민간항공기 등 사업확대

LG가 미국 방산 및 항공용 콕핏(조종실) 디스플레이 1위 기업과의 ‘16년 협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디스플레이 사업을 강화한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과 미국 측 경영진 사이의 오랜 신뢰가 LG 디스플레이 사업의 다각화를 이끌었다.

26일 LG 고위 관계자와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미국 옥외 사이니지 전문 회사 ‘LG MRI’는 올해 6종의 신제품을 선보이며 사업을 강화한다. 이 회사는 LG전자가 지난해 미국 MRI와 지분을 절반씩 부담해 만든 회사로 LG전자의 옥외 사이니지 사업 확대의 주춧돌 역할을 한다.

LG전자는 이 회사 CEO와 이사회 의장에 MRI 출신 인사들을 선임, MRI와의 협력에 공을 들였다. 피터 카직키 CEO는 MRI에서 사업개발 부사장을 지냈고, MRI 설립자인 빌 던 이사회 의장은 CEO로 재직 중이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전자신문DB>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전자신문DB>
빌던 APC CEO 겸 LG MRI 이사회 의장 <사진=LG MRI>
빌던 APC CEO 겸 LG MRI 이사회 의장 <사진=LG MRI>

특히 빌 던 의장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돈독한 사업 파트너로 알려졌다. 그는 MRI의 모 기업이자 군사용 콕핏 디스플레이를 제조·납품하는 APC(American Panel Corporation)의 설립자로 사업 초기부터 LG에서 능동행렬액정표시장치(AMLCD) 등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APC는 미군의 100%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세계 대부분의 군사용 콕핏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이 분야 세계 1위 업체다.

APC는 LG와의 협력에 대해 “1998년부터 강력하고 독점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신뢰도 높은 디스플레이, 백라이트와 터치스크린 품질을 보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APC가 F-16, F-22, F-35 등 차세대 전투기에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콕핏 디스플레이 패널은 LG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양측의 긴밀한 관계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과 빌 던 CEO 간의 높은 신뢰가 바탕이 됐다. 구 부회장은 지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LG필립스LCD 대표이사를 지내며 APC, 빌 던 CEO와의 협력 기반을 닦았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견뎌야 하는 콕핏 디스플레이 특성상 LG의 패널 품질도 빌 던 의장의 눈에 들었다. 이런 배경이 양 사가 지난해 사이니지 사업에서 의기투합해 LG MRI를 설립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앞으로도 양사 간 협업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구 부회장 관심 아래 LG전자가 사이니지를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키우고 있으며, APC와 MRI도 각각 방산사업 확장과 옥외 사이니지 사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PC가 사업범위를 전투기에서 탱크, 민간용 항공기 등으로 넓히고 지역도 유럽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LG에게 호재다.

LG 관계자는 “LG의 디스플레이 사업 다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 사업 내용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