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가맹점 `누락 대금`피해 여전...대금 정산 플랫폼 표준 절실

신용카드사, 알고도 미입금…건수 줄었지만 사후관리 미흡

#서울의 한 대형식당은 1400만원의 결제 대금이 신용카드사로부터 입금되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항의 끝에 1000여만원의 돈을 돌려받긴 했지만 카드사의 정산오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400만원은 끝내 받지 못했다.

#경기도 소재 의류업체도 결제 대금 8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몇 개월간 신용카드 결제분이 누락된 것. 이 중 절반은 돌려받았지만 나머지는 보상받지 못했다.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에 줘야 할 카드매출대금이 누락된 사실을 알고도 되돌려주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대금누락 사고건수는 줄었지만 가맹점 사후관리는 여전히 부실해 가맹점과 카드사 간 책임공방까지 벌어지는 형국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마다 결제 대금을 가맹점에 입금하는 시기가 제각각인 데다 결제 방식이 개별 건당 입금이 아닌 기간별 전체 합산으로 이뤄지면서 대금 누락(미입금)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23면

카드 결제 가맹점은 “이 같은 미입금 내역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데다 추후 이를 인지하더라도 별도 규정 등이 없어 전액을 돌려받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대금누락은 결제 방식 차이에서 발생한다. 카드사별로 결제 대금 입금시기가 다를 뿐 아니라 결제 방식이 개별 건당 입금이 아닌 합산 입금되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마다 가맹점 수수료가 달라 가맹점에서 개별로 매출을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매출대금 산정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가맹점이 직접 전표를 제출하는 방식과 밴(VAN) 대리점이 중간에서 전자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 가맹점이 직접 매입 데이터를 만들어 전자식으로 카드사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밴 대리점이 자동 매입 정산 과정에서 누락되는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 같은 누락 건을 해결하기 위해 밴사와 카드사가 한 달에 한 번씩 시스템 점검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금누락 책임 문제와 사후약방문식 보상 대응으로 여전히 대금누락 문제가 가맹점주들에게는 골칫거리다.

한 가맹점주는 “카드 거래 승인, 매출 및 가맹점 대금 입금, 미입금 내역 등을 카드사별로 PC나 밴 대리점을 통해 조회해야 하기 때문에 누락금액을 찾아내기가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영세 가맹점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밴 대리점 등을 믿고 정상 입금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곳이 80% 이상이다. 눈먼 누락대금은 카드사에 ‘낙전수익’ 형태로 귀속된다.

최근 대금누락으로 피해를 봤다는 한 가맹점주는 “카드 매출 영수증으로 당일 매출은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로 통장에 입금되는 금액은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이고 매출 날짜가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대금누락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누락대금을 포함하면 누락대금만 연간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들이 가맹점에 입금된 건수나 금액을 일자별로 확인하는 시스템 등을 도입해 대금누락 사고는 상당히 줄었다”면서도 “발생 비율은 낮아졌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고도화된 정산 시스템 도입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는 물건이나 서비스 구매금액의 50% 이상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