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출시 주기 점점 짧아지는데... 소니, “난 다시 돌아갈래!”

소니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주기를 예전처럼 늘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이 출시 주기를 좁힌 것과 상반된 행보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지만 회의적이라는 해석이다.

일본 소니가 스마트폰 출시 주기를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27일 포커스타이완 및 주요 외신은 보도했다. 소니는 앞서 자사 블로그를 통해 오는 3월 열리는 MWC2015가 아닌 여름에 차기 주력 제품인 엑스페리아Z4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외신에 따르면 소니는 지난해 9개였던 스마트폰 모델 수를 줄이는 대신 중간급이나 프리미엄급 제품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조나단 린(Jonathan Lin) 소니 대만지사 관계자는 대만 언론과의 브리핑에서 “올해는 더 많은 기능을 담은 새로운 색상의 휴대폰을 제공하는 게 목적”이라며 “우리의 최우선 과제도 이에 걸맞게 제품 출시 주기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과 달리 향후 플래그십 모델의 출시 주기를 1년 정도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대다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업체들은 3~6개월마다 신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소니도 지금까지는 통상 국제소비자가전쇼(CES)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등 국제 행사 때 플래그십 모델을 발표하고 연말 후속작을 출시, 연간 3개 정도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내놨다.

이 같은 출시 전략 변화는 소니가 대만 시장에서 얻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니는 지난해 3월 플래그십 모델인 엑스페리아(Xperia) Z2의 보라색 버전을 대만 시장에 내놨다. 이후 선풍적 인기를 끌며 기기 전체 매출의 40%를 대만에서 올렸다. 회사는 차기 모델인 엑스페리아 Z3에 보라색 버전을 넣지 않기로 결정했으나 이 같은 결과로 다시 보라색 모델도 만들기로 결정한 바 있다.

소니의 행보가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라는 게 외신들의 지적이다. 회사는 지난해 9월 스마트폰 사업 부문에서만 1800억엔을 감가상각처리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사업 축소를 시사해왔다. 이에 따라 오는 3월까지 글로벌 스마트폰 사업부 인력의 15%정도를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외신들은 신흥국 수요만 노려서는 사업을 회생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애플 등 기존 강자를 비롯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 구도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