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출연연 사기저하

[관망경]출연연 사기저하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지난해 공공기관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복지제도가 축소되면서 사기가 크게 꺾였다. 수익형 공공기관과 출연연은 제도나 운영방식이 전혀 다른데도 공공기관에 일괄적으로 개선책을 요구하면서 ‘장기근속 포상’ ‘배우자 건강검진 지원’ 같은 정상적 복지제도마저 사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잇따른 감사까지 받으며 상실감이 배가됐다. 출연연 연구원들은 ‘죄인이 된 기분이 든다’는 말까지 한다.

사기저하는 자칫 무력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출연연 연구원들의 사기저하는 연구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욱 우려된다.

이상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과학기술인의 사기저하는 연구역량 저하로 이어지고 나아가 과학기술 근간이 흔들린다”고 지적한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인 사기 진작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말만 반복한다. 매년 업무계획에도 과학기술인 사기 진작책이 빠지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만 해도 과학기술인 유공자 예우, 과학기술인 복지 콤플렉스 건설 등을 담은 ‘과학기술인 종합지원 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기 진작책을 내놨다.

하지만 정책 수혜자인 과학기술계 연구원은 사기 진작책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쪽에선 사기 진작을 위한 대책을 만든다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사기를 꺾는 일들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한 출연연 연구원은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뭔가 해주겠다는 생각도 좋지만, 있는 복지제도나 없애지 말았으면 좋겠다”면서 “출연연 분위기가 지금처럼 저하된 적도 없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 과학기술의 힘은 필수다. 지금 과학기술계에 필요한 것은 ‘칭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