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리콜 발표 1년 이전 수리비 보상 받을 길 없다

자비를 들여 수리한 차량의 리콜이 결정돼도 수리 후 1년이 지났다면 수리비를 보상받을 길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사각지대 때문에 리콜 대상 차량의 온전한 소비자 보상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28일 국토교통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리콜 대상 차주의 자체 수리비 보상을 ‘리콜 발표 1년 이내 수리’로 한정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31조 2의 2항은 수리비 보상 대상을 ‘자동차 제작자 등이나 부품 제작자 등이 결함 사실을 공개하기 전 1년 이내에 그 결함을 시정한 자동차 소유자’로 명시했다. 리콜 발표 전 1년 이내에 수리를 한 소비자만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주요 리콜 대상 차종은 리콜 발표 9년 전, 7년 전 생산 차종까지 폭넓게 퍼져 있어 보상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쌍용자동차 볼 조인트 리콜 대상 차종의 생산 연도는 2005~2010년이다. 오는 5월 리콜이 예정된 한국지엠 브레이크 호스 리콜 대상 차종의 생산 연도 역시 2008~2011년이다.

차량이 생산된 지 4~9년 뒤에야 리콜 결정이 내려진 셈이다. 이 때문에 많은 차주가 리콜 결정 전에 자비로 수리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수리 당시 비용은 보상받을 길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 한국지엠으로부터 리콜 통보를 받은 한 소비자는 “2009년에 차량을 구입했다가 문제가 생겨 2012년에 자체 비용을 들여 수리를 받았고, 3년이 흐른 뒤 제작 결함이 밝혀졌는데도 당시 수리비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며 “잘못된 법도 문제지만 안전에 치명적인 결함을 저질러놓고도 법을 악용해 최소한의 보상만 하려는 대기업 인식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결국 제도 사각지대 때문에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다. 자동차관리법은 리콜 시정률을 높이기 위해 수리비 보상 대신 리콜을 받도록 유도하고 있다. 리콜 발표 1년 이전에 받은 수리는 불충분한 조치였을 가능성이 높아 실비 보상이 아닌 리콜만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현재 리콜 대상 차량 소유자는 발표 전 1년 이내 수리비 보상과 무상수리 중 한 가지만 택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콜 대상 차량은 잠재적인 위험을 항상 안고 있기 때문에 국토부의 기본적인 정책 목표는 리콜 시정률 향상”이라며 “시정률을 높이는 차원에서는 실비 보상보다 리콜을 최대한 많이 받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