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무한잉크, 어느새 시장 '절반' 장악

프린터·복합기 시장에 ‘무한잉크’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7~8년 전만 해도 유통상가를 중심으로 암암리에 개조돼 유통됐지만 엡손이 정품 제품을 내놓은 이후 최근 급성장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무한잉크 프린터(이하 복합기 포함)는 100만대로 파악되는 전체 잉크젯 프린터 시장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한잉크 프린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엡손 무한잉크 프린터에 잉크를 주입하는 모습. <자료:한국엡손>
무한잉크 프린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엡손 무한잉크 프린터에 잉크를 주입하는 모습. <자료:한국엡손>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품 무한잉크 복합기를 내놓은 엡손은 2012년만 해도 판매량이 5만대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 14만대, 올해는 20만대를 예상한다. 업계가 추정하는 비정품(엡손 제품 제외) 무한잉크 프린터는 지난해 기준 28만대 수준으로 이를 감안하면 올해 전체 잉크젯 프린터 시장의 절반에 이르거나 넘을 수도 있다.

무한잉크 프린터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이다. 일반 잉크젯 프린터는 잉크를 모두 사용하면 카트리지를 통째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 반면 무한잉크 프린터는 잉크가 담긴 통만 바꿔주면 된다. 컬러 프린팅 기준으로 장당 소요 비용이 5~6원으로 일반 잉크젯 프린터 소요 비용 70~80원의 10분의 1도 안 된다. 레이저 프린터의 경우 제품에 따라 장당 50원에서 많게는 150원이 소요된다.

엡손은 최근 비용 절감 분위기와 함께 무한잉크 프린터 시장이 급성장하자, 올 상반기에는 첫 기업용 무한잉크 프린터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10인 이하의 중소사무실을 제외하고 대다수 기업에서는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다. 엡손 관계자는 “레이저 프린터에 들어가는 토너는 부피가 큰 데다 환경 이슈도 있다”며 “무한잉크 프린터는 비용 부담을 줄인 데다 최근 속도도 많이 개선돼 기업에서 좋은 반응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엡손 이외에 다른 기업은 아직 무한잉크 제품을 내놓지는 않았다. 유통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조에 대해서도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프린터업체 한 관계자는 “무한잉크 프린터 구매 자제를 요청하고는 있지만 폭넓게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어 사실상 막기 힘들다”며 “개조된 제품은 본사 차원의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자체 제품력을 높여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CKBS)은 무한잉크 프린터에 대응해 지난해 9월 ‘비즈니스 잉크젯’ 프린터를 내놓았다. 대용량 잉크탱크를 탑재해 과거에는 300∼400장 정도 출력 후 카트리지를 교체해야 했지만 이 제품은 최대 2500장까지 출력할 수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무한잉크 프린터(복합기)=잉크를 모두 사용했을 때 카트리지 교체 없이 잉크를 추가로 주입하면 사용할 수 있는 프린터다. 프린터 좌측 또는 우측에 장착된 잉크 공급장치에서 튜브로 잉크를 본체(프린터)에 주입한다. 앱손 제품은 공급장치가 잉크를 바로 카트리지 모양의 잉크 헤드(분사기)에 공급하며, 비정품은 카트리지에 공급한다. 유통가에서는 무한잉크를 ‘잉크충전’ ‘리필잉크’ ‘잉크공급기’ 등으로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