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장 중소기업, 적발보다 몸통 처벌이 더 중요

[기자수첩]위장 중소기업, 적발보다 몸통 처벌이 더 중요

중소기업청이 소프트웨어 업종 위주로 26개 위장 중소기업을 적발했다. 중소기업만이 참여할 수 있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3만92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3개월간 대대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다.

이들 기업을 공공 조달시장에서 즉각 퇴출시키고 필요한 경우 검찰에 고발 조치하겠다는 중기청의 노력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위장 중소기업이 조달 시장 외에 다른 분야에서 본래 중소기업 시장을 침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중기청의 노력이 빛을 발하려면 적발한 기업에 무거운 처벌을 내려 적발 건수와 재발을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중기청은 정기적으로 위장 중소기업 적발을 위한 조사를 벌여왔다. 지난 2013~2014년에도 위장 중소기업 사례 52건을 적발했다. 하지만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없다.

중소기업기본법 28조는 대기업이 허위로 중소기업으로 인정받아 중소기업 지원 시책에 참여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중기청은 2011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적발한 위장 중소기업에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없다.

지난 2년간 공공 조달시장에서 납품 규모가 가장 컸던 시스원의 경우 475억5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지만 이 회사가 검찰에 고발조치 된다고 해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무는 정도다.

‘몸통’을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위장 중소기업뿐 아니라 해당 기업을 만든 대기업 및 중견기업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난 2013년 국회에서 위장 중소기업을 만든 대기업도 공공시장 입찰 참여가 제한된다는 내용이 담긴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 소위에 계류된 지 1년이 넘었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자생하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으로 유명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강한 규제도 필요하다. 정부의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이 실질적인 결실을 거두길 기대한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