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후 미래를 게임으로 체험하니 담배 뚝 끊게 돼" 송하연 위스콘신 교수

“한국에 와서 게임이 마약처럼 4대 중독 물질 중 하나로 취급받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매체로 정부에서도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해요.”

"흡연 후 미래를 게임으로 체험하니 담배 뚝 끊게 돼" 송하연 위스콘신 교수

지난 28일 판교에 위치한 NHN엔터테인먼트 사옥에 이 회사 직원을 비롯해 위메이드, 네오위즈게임즈 등 게임회사 사람들이 100여명 모였다.

게임 전문가들 앞에 송하연 위스콘신-밀워키 주립대 교수가 섰다. 올해 안식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참이었다.

송 교수는 이날 게임으로 금연치료에 효과를 본 자신의 연구사례를 소개했다. 송 교수팀은 최근 게임 아바타에 실제 흡연자 얼굴을 적용해 사용자가 자신이 흡연으로 늙어가거나 이성에게 데이트를 거절당하는 과정을 게임으로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송 교수 전공은 커뮤니케이션학이다.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가상현실 속 아바타가 실제 사람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가 주 관심사다. 특히 질병 등 미래의 부정적 상황을 게임 등 가상환경에서 미리 경험시켜 이를 예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는 “게임은 다른 미디어에 비해 굉장히 파워풀하다”며 “가상현실이지만 직접학습과 유사한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기능성게임’에 주목했다. 게임이 가진 ‘재미’라는 내재적 동기가 인간의 현실 속 행동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는 설명이다.

송 교수는 “이미 의료, 복지, 캠페인 등에서 게임을 이용한 (선한 의도를 담은) 메시지 전달 효과가 증명됐다”며 “게임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정부나 산업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게임이 인간의 실제 행동에 막대한 영향력을 지녔다면 폭력적 게임이 폭력성을 배가시킨다는 근거가 되지 않을까.

송 교수는 이런 질문에 “폭력적 게임은 폭력성 더 배가시킬 수 있다”며 “초기에는 그런 연구가 많았지만 닌텐도 위핏 등으로 게임의 순기능이 강조되며 긍정적 영향에 대한 연구가 촉발됐다”고 말했다. 게임 역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양면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어 “게임의 순기능을 강조할지 아닐지는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에 달려있다”며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게임을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안식년 기간 동안 서강대 대학원에서 게임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강의할 계획이다. 송 교수는 “미국에서 진행한 게임과 인간 행동의 상관관계 연구를 국내 의료기관 등과 협업해 확장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