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혼다 CR-V

주행 성능에 초점을 둔, ‘조용하게 잘 달리는 SUV’를 표방한 차

레저 문화 확산과 높은 실용성 덕에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 잘 팔리는 SUV 역시 디젤 엔진을 장착해 효율성과 실용성을 강조했다. 소비자는 힘이 좋고 연료비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약간의 소음과 진동은 감수한다.

혼다 CR-V는 가솔린 엔진을 얹고 주행 성능에 초점을 둔, ‘조용하게 잘 달리는 SUV’를 표방한 차다. 주행 성능이 좋고 핸들링이 부드러워 세단 못지 않은 주행감을 자랑한다. 한 마디로 도심에 최적화된 SUV인 셈이다.

[신차 드라이브]혼다 CR-V

2015년형 ‘뉴 CR-V’부터는 무단변속기(CVT)를 채택해 부드러운 가속감을 구현하고 연료 효율도 높였다. 대부분의 SUV는 차고가 높은 차체 특성 상 시야는 좋지만 고속으로 달리기에는 부담스러운 감이 있다. 가속 시 소음과 공기저항에 의한 진동이 ‘밟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다.

반면 CR-V는 마음껏 밟아도 좋다. 고속 주행 시에도 바람 소리가 간간히 들릴뿐 엔진 소음은 거의 없다. 곡선 구간을 지날 때는 탄력 있는 코너링을 느낄 수 있다. 가속 페달과 핸들 모두 반응 속도가 좋아 마치 세단을 운전하는 느낌이다.

변속기는 CVT를 채택해 별도 단수 없이 S와 L모드 기어만 지원한다. 기어를 S모드에 놓고 달리면 엔진 회전 수(RPM)가 상승하며 가속에 최적화된 주행 성능을 낸다. 가속 성능과 정숙성 모두 세단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SUV라는 혼다 측 설명에 수긍이 간다.

[신차 드라이브]혼다 CR-V

기존 모델과 뉴 CR-V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연비와 토크다. 최고 출력은 188마력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토크는 25㎏·m로 약 11% 개선됐다. 최대 토크를 내는 RPM도 4400에서 3900으로 낮아졌다. 덕분에 저속에서도 가솔린이지만 디젤 차 못지 않은 힘을 낸다. 엔진 교체로 가솔린 SUV의 약점을 어느 정도 보완한 셈이다.

시승시 실연비는 도심에서 리터당 9㎞ 전후, 고속도로에서 리터당 13㎞ 전후를 기록했다. 도심 연비는 공인 연비보다 1㎞ 가량 낮았지만, 고속에서는 공인 연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기존 모델(공인 복합연비 10.4㎞/ℓ)보다 약 12% 개선된 연비로, 엔진과 변속기 등을 교체해 경량화에 공을 들인 제조사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셈이다.

차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주행 성능은 ‘차고가 높은 세단’에 가깝지만, 외관은 전형적인 SUV 특성이 강조됐다. 전면부는 헤드램프 양 끝을 날렵하게 들어올려 강인한 인상을 완성했다. 후면부는 널찍한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껑충하게 디자인됐다. 리어 램프를 루프 바로 아래에 배치해 입체감이 더 도드라졌다.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신차 드라이브]혼다 CR-V

인테리어는 단촐함과 실용성이 부각됐다. 메인 디스플레이 양 쪽으로 배치된 버튼과 터치스크린 조합으로 공기 조절, 오디오, 스마트폰 연결 등 대부분의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변속기를 메인 디스플레이 바로 아래로 내리고 센터박스에는 널찍한 공간을 남겼다. 스마트폰이나 지갑을 놓고 손을 뻗기에 유용하다.

[신차 드라이브]혼다 CR-V

[신차 드라이브]혼다 CR-V

계기판 디스플레이는 더 단순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연비 운전을 돕는 숨은 기능이 있다. 속도계 테두리가 ‘에코 가이드’ 역할을 한다. 연비가 좋을 때는 흰색이던 테두리가 점차 진한 녹색으로 바뀐다. 반대로 급가속·급제동을 반복하면 하얀색 속도계 테두리를 보게 된다. 특별한 노력 없이 직관적으로 연비 운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정확한 순간 연비를 알고 싶다면 앞유리 중앙 아래에 배치된 보조 디스플레이로 살짝 눈을 돌리면 된다.

[신차 드라이브]혼다 CR-V

여러 모로 CR-V 특유의 안락함과 경쟁 SUV의 실용성을 조합하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주행 성능과 승차감을 위해 가솔린 엔진을 고집했지만, ‘에코 온’ 모드 등 연비 운전을 지원하는 부가 기능, SUV만이 누릴 수 있는 넓은 공간감이 돋보인다. 1053ℓ에 이르는 넓은 적재 공간 역시 주행 성능과 실용성을 동시에 잡은 SUV라는 점을 강조한다. 디젤차 일색인 SUV 시장에서 실용성 외의 다른 매력을 찾는다면,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