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우체국과 창조경제

[ET단상]우체국과 창조경제

지난 반세기 우리 경제는 기적을 일궈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많은 신생 국가가 종교·이념·민족문제 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을 때 우리 정부와 기업, 국민은 국제무역환경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각고의 노력으로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성장했다.

세계 인구의 1%도 안 되는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 강국이 됐고, IT·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은 세계적 수준이다.

이제 다시 국가 경제에 창조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본·노동 등 요소투입 생산성은 한계에 다다랐고, 중국 등을 볼 때 속도전도 결코 우리만의 강점이 아니다.

지난 2013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며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큰 과제다. 지표상으로도 경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하락이 현실화됐다.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엔진 창출에 대한 답은 나와 있다고 본다. 창조적 혁신이 바로 그것이다. 새 기술·새 시장을 창출하고, 그 시장을 누빌 창업을 지원하며, 남다른 생각을 일깨우는 영감 있는 창조문화 조성이 그것이다. 이제 각 분야 현장에서 창조경제를 꼼꼼하게 실천해 성과를 내는 게 필요하다.

우체국도 창조적 혁신에 있어 예외가 아니다. 아니, 스마트폰 등 디지털의 정면 도전에 따라 우체국이야말로 절박한 혁신에 직면했다. 우편수지는 최근 적자추세고, 우편시장 그 자체도 위협받고 있다. 우정사업의 위기극복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180개 가까운 우체국을 폐국하고, 인력조정 등 내부혁신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경제위기에 비용절감만이 답이 아니듯 우체국은 앞으로 그 존재가치와 존재방식을 새롭게 찾아가는 창조적 혁신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이 일환으로 ‘우체국에 투자하세요’란 주제를 내걸고 우체국 제휴사업 투자설명회(IR)를 오늘 연다. 우체국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과 정보·문화적 자원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이를 민간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개방하고 제휴·협업해 지속가능한 신시장·신사업을 창출해 나가자는 것이다. 우체국이 창조경제의 한 플랫폼이 되겠다는 취지다.

우체국은 우리나라 근대의 문을 연 가장 오랜 전통의 물류·금융 정부기업이다. 우체국은 국내 3600여개, 세계 143개 국가와 연결된 최고·최대의 네트워크다. 또, 600만여개 주소정보와 집배원으로부터 수집되는 지역정보는 어떤 정보보다 생생하다. 무엇보다도 우체국은 국민과 가장 가까운 생활이고, 편지·우체통·집배원 등은 아날로그, 정(情)과 신뢰의 상징이다.

우체국과 민간 및 공공기관의 제휴와 협업은 새로운 창업과 시장개척의 기회를, 보다 쉽고 편리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우체국이 농어민과 제휴할 때 신선식품의 판로개척에, 휴대폰 업체와 협업할 때 알뜰폰 판로와 통신비 절감 그리고 중고폰 거래활성화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이미 경험했다.

광화문 우체국은 창구공간을 임차해 민간 커피숍을 성공적으로 유치, 운영 중이다. 이번 IR가 시작되기도 전에 민간과 정부부처에서 47건의 사업 제휴 신청이 들어온 것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창조는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 자체를 키우는 데 있다. 디지털 기술발전에 대응해 우체국이 기존 우편·금융서비스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가 그것이다.

이점에서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의 창업과 혁신의 플랫폼으로 새롭게 발전을 모색하려는 우체국 IR는 정부의 창조경제와 정부 3.0 시책을 현장구현 하는 대표적 모범사례라 하겠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우체국에 투자하기 바란다. 아울러 IR가 창조경제의 하나의 메타포가 돼 우리나라 경제가 창조적 혁신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 jhkim@koreapos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