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조 "전산시스템 졸속 통합 막아달라" 진정서 제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간 IT통합 갈등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금융IT 전문가조차 ‘부실 통합’ 우려를 제기한 가운데 외환은행노조가 두 은행간 전산시스템 졸속 통합을 막아달라며 금융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소 3년여의 통합 개발 기간이 소요되는 두 은행간 전산통합을 1년만에 짜맞추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졸속 통합’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사업자로 선정된 LG CNS마저 무리한 통합 강행에 사업 참여를 포기하면서 문제는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외환노조는 진정서를 통해 “IT컨설팅 전문업체 의견까지 무시한 하나금융은 IT 선통합·후개선이라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통합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도 외환은행 시스템의 장점과 상품, 서비스 등이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IT컨설팅업계와 보안업계도 하나금융의 무리한 IT통합에 우려를 표시했다.

한 IT컨설팅업체 관계자는 “하나·외환 전산 통합은 소형차 티코에 K5신형엔진을 무리하게 장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프레임과 내부구성, 하드웨어가 각기 다른 두 전산시스템을 껍데기만 통합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세대 시스템 전환 등 과거 조흥-신한 통합 형태(차세대 시스템 전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나금융이 내세우는 통합 방식은 선통합 후개선 방식이다. 문제는 통합 작업이 완료되더라도 10년 단위의 금융시스템 주기로 산정할 때 머지않아 차세대 시스템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통합 비용이 매몰 비용으로 지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외환노조는 IT통합이 진행될 경우 △각종 금융 상품 일방적 폐지로 거래고객 불이익 발생 △고객 불편 및 업무 비효율성 초래 △장애발생에 따른 회계자료 오류로 부정확한 재무제표 작성 가능성 △수출입거래 장애로 인한 수출입업체 자금결제 지연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IT통합로드맵과 추진 상황을 분석한 결과 고객 서비스 혜택을 대폭 하향조정하는 작업이 불가피 하다”며 “두 은행간 중복 거래 고객은 서비스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파행 통합에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부상했다. 두 은행의 IT통합은 사회기간망 통합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리스크관리나 별도 검사 없이 두 은행이 알아서 할 일 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은행업감독규정 제38조(긴급조치) 위반소지가 있는지 금융당국이 면밀히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자의 이익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긴급조치를 취하도록 감독규정에 나와 있다”며 “아울러 노사분규 등 돌발사태가 발생해 정상 영업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경우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 노조 "전산시스템 졸속 통합 막아달라" 진정서 제출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