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기택시 앞마당까지 내줘서야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기업인 BYD가 한국 전기택시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 중국 업체는 제주, 서울과 같이 택시 수요가 큰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전기차 보급 정책을 타고 자연스럽게 한국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BYD 전기택시는 단순한 수입·수출 관계를 뛰어넘는 산업적으로 굉장히 예민한 이슈다. 단순 비교로도 세계 자동차생산 5위 국가인 우리나라가 전기차를 중국에 수출해보지 못했다. 중국은 세계 완성차 시장 핵심에 아직 들지 못할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만큼은 우리나라에 먼저 수출하게 됐다.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기술에 배터리 등 첨단기술이 융합된 글로벌 전략상품이다. 지구 환경 문제가 심화되면 될수록, 향후 민간수요는 천정부지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품이다. 현대·기아차로 대표되는 한국 자동차업계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등한시해 온 전기차 내수시장에 중국산 전기택시가 달리게 된다는 것은 상징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완충전시 300㎞ 주행거리와 40분 급속충전시간 등 적용된 핵심기술도 만만히 볼 수준을 뛰어넘었다.

BYD 전기택시가 이용한 시민들이 “쾌적하고 탈 만하네” “중국 전기차기술이 썩 괜찮네” 같이 호평하기를 오히려 기대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자동차업계에 불침 같은 자극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택시가 한 등급 아래 시장이라고 넋 놓고 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현대차도 이런 시장 단계를 밟아가면서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로 성장하지 않았던가. 이제 잊은 옛 기억을 이번에 다시 새겼으면 한다. 중국발이지만 전기 택시시장이 경쟁구도로 전환되는 것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계에도 나쁠 게 없다. 경쟁은 전기차 관련 기술개발과 투자 의욕을 높일 수 있다.

보급을 늘리려는 공공 충전소가 외산 전기차모델에 통용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것도 전기차산업 발전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BYD 전기택시 시장 진입을 우리나라 전기차산업 전열을 다시 가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