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판 청소기·세탁기 80% `저소음` 표시기준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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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판매되는 청소기·세탁기 가운데 정부가 지정한 ‘가전제품 저소음 표시’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은 10대 중 2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저소음 표시기준은 정부가 저소음 가전제품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지난달 초 시행됐다. 강제성은 없으며 업계가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시행초기여서 자발적으로 저소음 표시를 받은 회사나 제품은 없다.

1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이 시판 중인 국내외 주요 가전업체의 진공청소기 46개 모델과 세탁기 21개 모델을 대상으로 소음 정도를 측정한 결과, 전체의 20%만이 저소음 등급표시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판 청소기·세탁기 80% `저소음` 표시기준 미달

조사는 LG전자·삼성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다이슨·일렉트로룩스 제품에 대해 이뤄졌다. 이번에 조사한 46개 진공청소기의 소음 크기는 65.1~84.7㏈이었다. 21개 세탁기의 소음 수준은 세탁 시 46.0~65.0㏈, 탈수 시 57.0~80.0㏈이었다.

정부가 제시한 저소음 기준 범위 안에 들어 저소음 표시를 받으려면 진공청소기 소음은 76㏈ 이하, 세탁기 소음은 세탁 시 58㏈ 이하·탈수 시 63㏈ 이하여야 한다. 이때 받을 수 있는 표시등급은 A다. 이보다 소음을 3㏈을 더 낮추면 AA등급을, 6㏈을 낮추면 AAA등급을 받는다.

AAA등급을 받으려면 진공청소기 소음은 70㏈ 이하, 세탁기는 세탁 시 52㏈ 이하·탈수 시 57㏈ 이하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번 소음 시험에서는 AAA등급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이 진공청소기 1개 제품뿐이었다. 세탁기에서는 AAA등급 충족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비교적 소음이 적다고 평가되는 나머지 제품도 대부분 A등급 범위에 몰려 있었다.

가전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자율표시제라고 하지만 경쟁업체가 AAA등급을 받으면 다른 업체가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행 초반에는 기준을 낮추고 단계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업계와 사전논의를 거쳐 기준을 정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정부는 이미 시행 중인 친환경상품 저소음인증 기준을 하한선으로, 3㏈씩 개선할 때 등급을 올리는 것으로 설정했다. 3㏈은 음향에너지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수치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향후 출시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AAA등급을 받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소음억제 기술을 개발하는 가전업체도 있다”며 “에너지효율등급 1~5등급처럼 숫자로 서열을 정하지 않고 A~AAA등급으로 표시한 것은 범위 안에 드는 모든 제품이 우수한 제품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진공청소기 소음 평가를 카펫에서 하도록 설정한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처럼 마루나 장판에서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한국산업표준(KS)에는 카펫 이외 환경에서의 심사 기준이 나와 있지 않다”며 “카펫에서의 평가는 국가기술표준원이 국제표준화기구(ISO)를 따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용어설명]가전제품 저소음표시

정부가 저소음 가전제품의 생산 및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 소음·진동관리법을 개정해 올해 처음 시행에 들어갔다. 최근 사회적 이슈인 층간소음 문제가 제도 도입의 요인이 됐다. 진공청소기와 세탁기에 한해 적용되며 법 개정 당시에는 시장에 출시되는 모든 제품에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규제’라는 지적과 함께 자율표시제로 변경됐다. 해외에서는 유럽연합(EU)만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청소기·세탁기 10대 가운데 2대만 ‘저소음 등급’ 표지를 부착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기준이 까다롭다는 지적도 하지만 정부는 저소음 가전제품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인 데다가 업계 자율적으로 채택하는 제도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시판 청소기·세탁기 80% `저소음` 표시기준 미달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