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프로야구장에 달려간 까닭은…`비콘 야구장`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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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개의 실밥을 가진 야구공의 둘레는 23㎝, 무게는 148g이다. 그런데 올해는 프로야구가 개막하기도 전에 통신 및 IT 기업들이 야구공보다 훨씬 작은 ‘비콘’으로 전력투구하고 있다. 작은 건 500원짜리 동전 크기이고 커봐야 초코파이 정도에 불과한 조그만 단말기를 야구장 전체에 촘촘히 박으며 개막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지난해 초부터 활성화된 ‘비콘 야구장’이 올해는 한국 프로야구에도 상륙하는 셈이다.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와이번스와 한화이글스, NC다이노스, 신생팀 KT위즈 등이 홈구장에 ‘비콘(Beacon)’을 설치하고 있다.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3월 28일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사 일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SK와이번스 홈구장인 인천 문학구장에, KT는 수원 KT위즈파크에 각각 자사 비콘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한화S&C가 한화이글스 대전구장 비콘 설비를 담당했으며, NC다이노스도 마산구장에 비콘을 깔고 있다. 야외 설치가 많아 방수·방진 비콘단말기 기술이 중요하다.

비콘은 블루투스 기반 근거리무선통신 장치다. 근거리라고는 하지만 기존 기술이 10㎝ 이내(NFC)에서 작동하는 반면에 비콘은 70m를 넘나드는 통신거리를 자랑한다. 비접촉식 서비스가 가능해 실내는 물론이고 어지간한 실외환경에서도 서비스가 가능하다. 비콘 애플리케이션이 깔린 스마트폰과 호응해 자동으로 할인쿠폰 등을 제공해줄 수 있다. 결제기능까지 갖춰 야구장에서는 표를 구입하거나 입장할 때 길게 줄을 설 필요가 없어진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과 전광판을 연동한 실시간 이벤트, 실시간 경기정보 공유가 가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비콘의 가장 큰 특징은 실내위치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비게이션에 많이 사용하는 위성항법장치(GPS)는 실내에선 무용지물이다. 비콘은 한 곳에 고정된 단말기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실내에서도 사용자 위치확인이 가능하다. 위치 오차가 5~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콘의 실내위치확인 기능을 사용하면 2만7000석이 넘는 문학구장에서도 쉽게 자기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야구장에 비콘을 설치하는 구단들이 이 기능을 반드시 포함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선 2013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비콘 야구장’이 도입됐다. 미국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MLB사무국은 2013년 말 전체 30개 야구장 가운데 28곳에 애플 ‘i비콘’을 설치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위에서 언급한 쿠폰 발급, 위치안내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놓친 장면을 다시 볼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 등으로 비콘 야구장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비콘단말기 제조업체 대표는 “동영상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야 하는 데 현재 비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면서 “향후 기술력이 발전하면 이 같은 서비스 제공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