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삽질 뉴딜 vs 도시 뉴딜

[신화수 칼럼]삽질 뉴딜 vs 도시 뉴딜

미궁에 빠질 뻔한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이 해결돼 다행이다. 수사 혼선을 빚은 흐릿한 CCTV는 두고두고 아쉽다. 고화질로 빨리 바꿔야 한다. 어두우면 쓸모없으니 가로등까지 밝은 발광다이오드(LED)로 바꿀 일이다.

교체 비용이 많이 드니 정부는 망설인다. 하지만 때 되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갈아엎고, 2차선 도로까지 마구잡이로 값비싼 신호등을 설치하는 정부다. 허투루 쓰는 예산만 줄여도 추가 비용을 뽑고도 남겠다. 전국 가로등을 LED로 바꾸면 화력발전소 몇 개쯤 짓지 않아도 된다니 이런 예산을 써도 좋겠다. 시장과 경쟁이 생기면 투자비는 줄게 마련이다.

80여년 전 미국 루스벨트정부는 대형 공공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노동자 소득 보장, 주택 구입 대출기간 연장 등 이른바 ‘뉴딜 정책’을 폈다. 대공황은 진정됐다. 경제는 살아났다. 온전히 뉴딜 정책 덕분은 아니겠지만 핵심인 ‘수요와 소득 증가를 통한 경기 진작’ 효과만큼 확인됐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듭 겪는 지금까지 유용하다.

박근혜정부 경제정책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 부양과 기업 투자 활성화,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그것이다. 대선 때 슬로건도 ‘스마트 뉴딜’이었다.

그런데 부동산 띄우기 약발이 좀처럼 듣지 않는다. 앞날이 불확실하니 돈을 방바닥에 깔고 앉으려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주택대출금에 더 묶이면 그나마 있는 소비력까지 떨어진다. 기업 투자와 고용도 냉골이다. 기업은 규제 완화보다 소비 위축을 더 크게 본다.

창조경제 일자리 창출은 더 멀다. 창업이 늘어도 청년 벤처 창업 비중은 되레 낮아진다. 빚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용돈도 모자란 청년들이 창업을 생각할 틈이 없다. 시일이 지나야 생길 창조경제 일자리다. 정부는 당장 나올 듯 외치니 괴리감만 더 커진다. 지금 절실한 것은 당장 수요와 소득을 창출할 재정 사업이다.

그렇다고 ‘4대강 사업’ 같은 것은 아니다. 삽질로 일자리를 늘렸나, 하다못해 건설산업 경쟁력이라도 높였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금융위기 극복에 일조했다고 하는데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한다. 강바닥에 쏟아 부은 사업비 조금이라도 현 창조경제 정책 같은 데 썼다면 아마 지금 우리는 차원이 다른 고민을 할는지 모른다. 디지털 지식경제, 창조경제 시대에 맞는 단기적 재정사업을 고민할 때다.

CCTV, 가로등 교체처럼 적은 재정 투입으로 가능한 사업이 많다. 전기차 충전소,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에너지관리시스템(EMS)과 같은 에너지 인프라 사업은 경제 파급 효과가 더욱 크다. 사물인터넷(IoT), 3D프린터를 비롯한 스마트공장 솔루션, 스마트교육 콘텐츠, 원격 진료·헬스케어 보급 사업도 있겠다.

어차피 해야 할 공공사업이다. 미래산업 투자다. 무엇보다 시민 편익을 높일 사업이다. 적어도 애먼 짓이라는 비아냥거림은 나오지 않는다. 성격은 뉴딜 사업인데 테네시강, 4대강은 아니다. 도시인 삶과 기업 활동과 밀접한 인프라 개선 사업이니 ‘도시 뉴딜’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한꺼번에 앞당겨 추진하면 기업 투자와 고용이 살아나 경기 진작 효과도 배가할 것이다.

‘유리지갑’에 계속 손을 댈 정도로 예산 타령만 하는 정부다. 재정 투자가 여의치 않다면 민간 힘을 빌리면 된다. 수요자 비용 분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부체납 등 방법은 많다. 창의적 정책 발상만 없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