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한류콘텐츠 지식재산권 보호의 필요성과 대안

지난해 한류의 주인공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다. 중국 현지에서는 최근까지도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여주인공 천송이가 “눈 오는 날엔 치맥…”이라고 한 대사 덕에 한국 음식점 주변을 중심으로 한국식 치킨집이 장사진을 이뤘다. 천송이의 옷이나 화장품은 여전히 불티나게 팔린다.

조용상 가천대학교 글로벌교양학부 교수/산학협력실장
조용상 가천대학교 글로벌교양학부 교수/산학협력실장

남자주인공 도민준역을 맡은 배우 김수현은 드라마가 끝난 한참 뒤에도 국빈 대접을 받으며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초청 측이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중국으로 갔다. 그는 반나절 머무르는 대가로 약 5억2000만원을 받았다.

중국 서열 6위 왕치산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별그대’를 극찬하며 “중국에서는 왜 이런 드라마를 못 만드느냐”고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처럼 중국 내 ‘별그대’ 열풍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현상이 있다. 중국에서 ‘별그대’는 공중파 정규방송이 아닌 지방의 작은 방송국에서 방영돼 동영상 사이트로 전국에 뿌려졌다. 조회 수가 무려 50억건이다.

결국 고생 끝에 나온 콘텐츠가 너무도 쉽게 무료로 풀렸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 정부가 이를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이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다.

한류는 21세기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국가 수입 증대, 국가 브랜드 제고를 통한 한국의 위상 강화 등 신성장동력이다. 한류 콘텐츠산업은 K팝 중심의 음악과 대장금·별그대 등 드라마, 영화 등이다. 이를 토대로 한국어·음식·패션·화장품·공연 등 한국의 문화요소 전반에 호감이 커지고 있다. 한류 현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국가경쟁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한류산업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국가적 정책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식재산권의 최첨병에 서있는 미국을 살펴보자. 대표적 문화콘텐츠 강국인 미국은 기간산업으로서 저작권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저작권 보호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국내외 저작권 보호 정책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국제 교역의 중심인 세계무역기구(WTO)가 국제 거래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를 다루도록 주도했다.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저작권 보호기간을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리는 일명 ‘미키마우스법’을 제정했다.

국제적으로 저작권을 보호하는 환경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장기 관점에서 저작권 보호를 산업경제와 연관시켜 경제적 이익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불법 유통 단속 강화’라는 일시적 대응보다 해당국에 맞게 유관부처들의 통합적·단계적 전략 과제 수립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한류 열풍이 부는 국가들과의 국제적 관계를 고려해 긴밀하고 지속적인 국제적 정책 협조를 이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류는 곧 문화 및 감정의 교류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저작권법은 존재하지 않는 탓에 저작권의 지리적 범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별로 우호적 협정 및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

저작권은 단순히 협정 및 계약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 등 태도, 문화, 감정적 요소가 결합되기 때문에 국가별 우호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 시각에서 정책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식재산권산업은 정책적으로 콘텐츠산업을 보호해줘야 지속 성장한다. 이에 실패한 대표적 예로 필리핀을 들 수 있다. 저작권 및 불법 복제 등에 정부 정책 및 규제가 미비해 지난 2000년대 후반까지 한 해 200여편이던 영화제작 편수가 올해 절반으로 줄었다. 영화제작사도 200여개에서 50여개로 감소했다. 유능한 직원들이 떨어져나갔을 뿐만 아니라 관련 일자리도 사라졌다.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면서 필리핀의 영화산업은 경쟁력을 잃었다.

이에 장기적 시각에서 저작권을 보호해 국제 경쟁력을 키우고 향후 예상되는 저작권 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류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연구는 한류 확산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다. 저작권 보호는 단순한 불법 유통 규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류 콘텐츠 저작권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조용상 가천대학교 글로벌교양학부 교수/산학협력실장 profundis@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