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고유 생태계 강화로 `반도체 절대강자` 노린다

삼성전자가 주요 반도체 장비·소재기업과 협력강화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것은 삼성전자 내부는 물론이고 강력한 우군을 확보해 차세대 미세공정, 적층 기술 등에서 절대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반도체는 고집적화가 매년 진행 중이며 새로운 미세 공정 개발도 치열하다.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의 아이디어와 경쟁력만으로는 미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좋은 기술전략이 나와도 장비와 소재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실제 제품 개발이나 양산까지 이어질 수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의 기술진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비·소재기업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좋은 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 미래 기술 연구, 아이디어 공유 등의 작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미세공정의 10나노대 진입과 실리콘관통전극(TSV), 적층기술 등의 고도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로 꼽히는 P램, R램, STT-M램 등의 개발에도 장비·소재 분야에서 강력한 우군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경쟁사를 앞도하고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에 특화된 협력사가 요구된다.

삼성의 14나노 핀펫 공정과 3D 낸드플래시 연구 시 선행 개발과 양산 라인에 해외 장비기업 비중이 절대적이다. 공정 미세화 등 첨단 기술을 상용화하는데 협력사 역할이 더 커지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는 높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년간 세메스와 원익IPS, 에스에프에이, 신화인터텍 등에 지분을 넣는 방식으로 협력사와의 연결고리를 확보해왔다. 향후 이 같은 전략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 경영진이 지분투자사의 임원을 겸직하는 일이 늘고 있는데 이 역시 보다 긴밀한 협력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유력 장비, 소재기업과의 기술공유를 확대하면서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사실상 협력사를 인하우스 회사처럼 묶는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며 “독창적 기술이 있는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확대나 인수합병(M&A) 시도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협력 대상기업은 최고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공동 연구개발 과정에서 기술력을 높일 수 있다. 또 삼성전자라는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는 점은 매력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종속되면서 다른 고객사와의 접점이 약해지거나 삼성의 전략 변화 시 대처가 어려울 가능성은 존재한다. 위기와 기회가 모두 공존하는 셈이다.

반도체 장비사 한 관계자는 “차세대 기술, 공정의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삼성전자가 주요 장비·소재기업에 ‘신뢰’를 강조할 것”이라며 “이는 삼성전자와만 거래하는 장비·소재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