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타트업 열풍, 2000년대 초반과 `멘토`가 다르다

1990년대 말 정보통신기술(ICT)과 함께 태동했던 벤처산업이 제2의 성장기를 맞고 있다. 최근 창업 열풍에 본격적인 불을 지핀 것은 연쇄 창업에 도전하는 ‘벤처 멘토’들과 다양한 모바일 라이프 스타일 서비스의 등장이다.

특히 성공한 기업가들의 계속된 창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재투자가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디슨을 창업했던 이민화 KAIST 교수가 벤처기업전도사가 된 것을 비롯해 ‘엔젤’을 자처하며 나선 벤처기업가의 행렬이다.

NHN에 ‘첫눈’을 매각한 장병규 대표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 40여개 이상 기업에 투자했다.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이택경 다음 공동창업자 등도 각종 스타트업 행사에 얼굴을 비추며 후배 창업자들과 직접 교류한다. ‘비키’로 성공한 호창성·문지원 대표도 ‘빙글’로 재창업을 시도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운영하는 디캠프의 김광현 센터장은 “2000년대 초반 벤처거품이 문제가 될 때에는 사업이나 투자 관련해서 제대로 된 조언을 해 줄 만한 벤처 선배가 별로 없었다”며 “부작용이 있었던 만큼 ‘반면교사’ 사례를 많이 알게 됐고 다양한 소셜네트워크들이 생기면서 문제가 될 만한 일들에 대해 사전에 알아볼 방법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실패한 창업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기반 창업과 글로벌 진출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 정책도 창업자 연대보증 면제 정책을 비롯해 기업가정신교육 의무화, 공정거래 환경 확립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화 교수는 “2000년대 초 IT거품이 꺼지면서 이뤄진 이른바 정부의 ‘벤처 건전화 정책’은 한마디로 규제정책이었고 이는 미국과 달리 국내 벤처시장이 얼어붙는 결과를 낳았다”며 “엔젤투자, 크라우드 펀딩 등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회수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보급과 함께 중소기업을 위한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벤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책 자금이 쏟아졌다. ‘벤처거품’이란 말만 남기고 사라진 기업도 많았다.

한-이스라엘 창업을 지원하는 코이스라 박대진 사장은 “이스라엘이 세계적인 ‘창업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지원정책에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좁은 내수 시장을 탈피해 해외로 나가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창업 열풍이 내수 시장 나눠먹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려면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