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숨고르기` 넥슨-엔씨 경영권 분쟁 장기화 조짐

넥슨과 엔씨소프트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가 상호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이후 오는 3월 주주총회까지 사태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추가 지분매입 등 주총 표 대결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한동안 가동됐던 양사 경영진 간 핫라인도 멈춘 상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경영진 간 핫라인은 언제든 열려있다”면서도 “2월 중순 이후 특별한 이야기가 오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양사는 1월 이후 사태 해결을 위해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서로 지분을 사는 파격적 제휴를 체결하며 엔씨소프트와 넥슨 모두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운 국면에 부딪힌 것이 사태 장기화의 가장 큰 배경으로 지목된다.

양사 사정에 정통한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김택진 대표가 자사주를 매각해 실탄(사재)을 보유한 상태에서 우군을 얻었다”며 “불확실한 관계로 넷마블과 묶이긴 했지만 넥슨에 비교하면 명백한 자기 편이기 때문에 넥슨과 협상에서 다소 여유를 찾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3월 27일 예정인 엔씨소프트 주총 안건으로 올릴 주주제안 기한이 지난 2월 13일로 마감된 만큼 이번 주총에서 큰 변화가 이루어지리라 보기는 어렵다.

넥슨도 한 차례 주주제안을 통해 긍정적 답변을 얻은 상태로 성급하게 나설 필요가 적다.

넥슨은 지난 2월 초 공개 주주제안을 통해 엔씨소프트로부터 △이사회 결원 발생 시 통보 △주주명부 열람 △전자투표 도입 등에 긍정적 회신을 얻었다.

게임사 관계자는 “넥슨 입장에서는 엔씨소프트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경영진이 경영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 수확”이라며 “엔씨소프트 지분의 3자 매각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저울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론 불씨는 여전하다. 주총 이후 임시주총을 소집하는 등 엔씨소프트를 압박할 카드가 유효하다. 1% 안팎 지분을 가진 외국계 투자사를 대상으로 우호지분을 늘리며 경영 참여에 고삐를 죌 수도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일본에 상장했지만 넥슨 역시 국내에 기반을 둔 회사”라며 “실리를 챙기더라도 최대한 생태계 안에서 명분을 확보하고 움직이려 할 것”라고 예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