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재 업계 “한국 디스플레이 시장, 투자 매력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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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소재 업체들이 디스플레이 선두 업체의 본거지인 국내 시장 투자에 주저하고 있다. 연구개발 수준의 협력 관계는 적극 유지해 가고 있지만 소재 양산을 위한 투자 계획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수요가 지속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데다 국내 업체와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들이 국내에서 양산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인건비 등 노동 환경에 대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고, 무엇보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성장을 더 이상 담보하기 힘들어진 탓이다.

다만 이들 소재업체들은 반도체용 소재 생산 공장에는 여전히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 TOK첨단재료는 인천 송도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모두 반도체용 소재다. OLED 소재 등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는 전량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 한 임원은 “디스플레이용 소재는 한국서 양산할 계획이 전혀 없다”며 “수요도 적을 뿐더러 투자비 회수가 어렵고, 무엇보다 경쟁이 너무 치열해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OLED 소재 업체는 국내 업체와의 연구개발마저도 주저하고 있다. 기술 유출 우려가 주된 이유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미 몇 번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와의 정보 교류에서 국내 업체가 협력사에 정보를 유출하는 등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보였다”며 “획기적인 기술 개발을 하더라도 국내 업체들과 먼저 정보를 공유하려 하지는 않는다”고 털어놨다.

또 글로벌 소재 업체들은 산업 특성상 대부분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전개해 나간다. 수십년 동안 지속적으로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한다.

하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최근 중국 기업의 추격으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과 대만 기업들의 시장 잠식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국내 기업이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는지에 따라 글로벌 소재 기업의 투자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과 인도처럼 신흥국가로서 투자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