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수소차산업 주도권 경쟁 ‘삼국지’ - 지자체별 전략

#지난 9일 충남도청 간부회의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배석한 실국장에게 “수소연료 자동차 분야에서 충남의 비교 우위를 지키기 위한 방안 마련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충남도가 선제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수소차) 분야에 광주 등 다른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자 충남도만의 특화전략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이슈분석] 수소차산업 주도권 경쟁 ‘삼국지’ - 지자체별 전략

#2010년 5월 12일 울산에서 자동차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장에는 수소연료전지 버스가 등장해 큰 화제를 모았다. 말로만 듣던 수소연료전지버스를 처음 타본 울산 시민과 공무원, 지역 산학연 관계자들은 울산이 자동차 메카에서 그린카 메카로 거듭나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후 울산시는 수소차 개발과 보급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 10월 광주시청 야외광장. 이날 현대자동차가 만든 수소자동차 ‘투싼IX35’ 시승식이 열렸다. 이 행사는 광주시가 수소차 등 친환경자동차 전초기지로 부상하겠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한 것이다. 이어 최근 열린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는 대통령이 수소차를 언급하며 광주시가 수소경제 리더가 돼달라고 당부했다.

수소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자동차인 수소연료전지자동차(수소차)를 놓고 울산시와 충남도, 광주시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프라 구축은 울산이 가장 빨랐지만, 최근 충남도와 광주시가 산업 육성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면서 3개 시도 간에 경쟁 기류가 형성됐다. 국내외 시장조사 기업에 따르면 현재 1000여대인 세계 수소차 수요는 오는 2020년 이후 50만대 이상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울산과 충남, 광주 등 지자체들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이들 3개 시도는 미래 먹거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수소차산업 육성에 두팔을 걷고 있다. 지자체 간 경쟁에 대해 정부는 나쁘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상준 산업부 자동차항공과장은 “수소차는 상용화하려면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고 지자체 한 곳에서 하기 힘들다”며 “각 지자체가 내용이 약간 달라 저마다 수소차산업 육성에 나선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발디딘 울산시...세계 최대 수소타운 등 조성

울산시 수소차 개발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소차 거점도시 육성을 목표로 지난 2009년 시작한 ‘울산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실용화 사업’이 그 시작이다.

지난해 말 완료한 이 사업에는 총 120억원(국비 37억원, 시비 14억원, 민자 69억원)이 투입됐다. 울산시는 이 사업으로 수소차 주행 모니터링 시스템과 33대의 실증 평가 및 정비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소연료 충전소를 설치했다.

지역 수소차 부품업체는 압축기 국산화 등 10건의 기술개발에 성공했고, 현대자동차는 울산공장에서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양산 체제를 갖췄다.

지난 2013년에는 산업부와 에너지관리공단 지원을 받아 국내 최초, 세계 최대 규모 수소타운도 조성했다. 국비 등 88억원을 투입한 울산 수소타운에는 국내 연료전지 대표기업이 생산한 수소연료전지 150대(195㎾)가 설치됐다.

지난해 1월에는 울산에 전국 수소 관련 300여 업체 및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한국수소산업협회(회장 이치윤 덕양 대표)’를 창립하고 사무국을 울산에 설치했다.

시는 올해 총 432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친환경 전지융합 실증화 단지조성사업’도 추진한다. 이 사업은 울산 남구 두왕동 울산테크노산업단지에 수료연료 전지센터, 수소품질 인증센터, 수소연료전지 실증화 단지 등을 조성하고 실증화와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27일 한국수소산업협회 등 수소 및 연료전지 관련 전문가 30여명으로 구성한 ‘수소 연료전지 전문가 클러스터’도 출범했다.

◇부품 인프라 탄탄한 충남도...예타사업 통과에 사활

충남이 수소차 메카의 대장정 서막을 연 건 지난해 5월이다. 당시 도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부품 실용화 및 산업화 기반 육성’안을 만들어 정부(산업통상자원부)에 예비타당성(예타)조사를 신청했다. 충남을 수소차 메카로 만들겠다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 육성안은 산업부 내부 심사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에 도는 10월 말 다시 한 번 산업부에 예타를 신청했다. 도의 수소차 부품 육성안은 재수 끝에 지난해 12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산업부의 사전 심사를 통과했다. 오는 4월쯤 있을 기획재정부 예타 심사도 원안대로 통과하면 도는 국비 1500억여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이번 예타 신청을 위해 도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7개월간 타당성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한편 공청회, 전문가 및 기업체 의견 수렴, 토론회 등을 거쳤다.

도는 기재부 예타를 통과하면 국비 1500억여원에 지방비 460억여원, 민자 300억여원 등 총 2300억여원을 투입해 충남에 다양한 수소차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것이 고급 기술 개발이다. 육성안에 따르면 우선 25건의 핵심부품 성능을 개선하는 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또 연구 및 인증센터도 구축하고 연구 및 인증장비도 41종 갖출 계획이다. 여기에 수소 충전소(스테이션)도 5곳 건립하고 기술개발 실증을 위한 수소연료전지차 150대도 운영한다. 또 자동차 부품개발 전문 인력도 1600명 정도 양성할 예정이다.

특히 도는 관내 중소, 중견기업을 중점 지원해 충남을 세계적 수소차 부품 클러스터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충남도가 ‘수소차 메카’ 전략을 추진하는 데에는 이미 도내에 완성차업체가 두 곳이나 있고 660여 자동차 부품업체가 몰려 있는데다 철강, 화학, IT 등 자동차 전후방 산업이 잘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 광주시…창조경제센터 개소 이후 활기

후발주자인 광주시는 최근 수소연료전지자동차(수소차)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광주에 수소차 등에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와 현대차그룹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광주를 자동차산업 관련 창업 중심지로 육성하고, 친환경 차량인 수소연료전지차 관련 산업 투자도 병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정부와 광주시, 재무적 투자자 등과 함께 1775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자동차 산업 연관 분야 창업 지원 등에 525억원, 수소차 관련 분야 투자 등에 15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수조차 연관 산업 육성에 집중할 방침이다.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거점으로 수소차와 관련한 기술 개발 및 벤처기업 발굴 육성과 수소연료 충전 관련 플랫폼 조성에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

광주시도 수소차산업 육성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시는 친환경 수소차 선도 도시 위상을 선점하기 위해 수소차 기술개발과 충전소 운영 및 수소차 보급 등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자동차산업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곡산단 클린디젤 기반시설 부지에 최신식 수소충전소를 착공해 시범운영 중이다. 또 지난해 전국 최초로 수소차 5대를 구매했고, 올해 10대, 2016년 7대 등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례 제정도 추진 중이다. 시는 ‘광주시 자동차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의견 수렴이 끝나면 오는 3월 광주시의회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4월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시는 조례에 근거해 자동차 기술인력 확보, 창업보육, 생산지원 확충사업, 시험 및인증사업 등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지자체가 특정산업을 염두에 둬 조례까지 만드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출범시킨 ‘자동차산업밸리 추진위원회’는 사단법인화할 예정이다.

지난 5일에는 ‘수소자동차 허브도시 추진위원회’도 구성했다. 추진위는 앞으로 국내 수소차산업 육성에 대한 정책개발, 국내 수소에너지산업 발전에 필요한 산학연관 체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홍성=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