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가서명]협정문 살펴보니…ICT 부문 아쉬움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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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가서명 완료로 협정문 문안이 최종 확정됐다. 지난해 타결선언 때 이미 주력산업에서 공세적 이익을 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협정문 뚜껑을 열어보니 알려진 것보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아쉬움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국내 농수산 시장 등 보호 대상을 지키는데 주력한 나머지 주력 수출품목의 중국 시장 문턱을 낮추는 것은 기대에 못미쳤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전자전기 분야 평균 관세율은 8.4%로 우리의 5.2%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중 FTA 협상 결과 중국은 전기밥솥, 10㎏ 이하 세탁기, 500ℓ 이하 냉장고 등 중소형 생활가전 관세를 10년간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선형 철폐(linear cut) 방식으로 없애기로 했다.

반면에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인 LCD패널은 중소형 생활가전과 같은 10년 철폐 품목이지만 선형 철폐가 아닌 발효 후 9년차가 돼야 관세가 낮아지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조기에 이뤄져 올해 발효된다 하더라도 2024년께나 관세 인하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중국 디스플레이업체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사실상 무의미한 내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9~10년 뒤는 너무 늦다”며 “그때쯤이면 오히려 중국이 자국 시장 공급을 넘어 해외에 더 많은 제품을 수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기대하는 중대형 OLED패널은 중국 측 양허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OLED는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한중 FTA 공산품 양허 현황 자료에는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었다.

현재 관세율이 10%에 달하는 대형 냉장고는 20년 철폐 품목으로 분류됐고, 시장이 계속 커지는 이차전지는 관세철폐가 아닌 부분감축 품목에 들어갔다. 이차전지 관세율은 현 12%에서 5년 내에 9.6%로 낮아지는데 그친다.

자동차산업은 지난해 알려진 대로 한국과 중국이 각각 자국 산업 보호와 현지 생산을 이유로 대부분 품목을 양허제외 또는 중장기 관세철폐하기로 합의했다. 한중 FTA가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예상된다.

원산지·서비스·규범 분야 등은 지난해 타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협정문이 마련됐다. 역외가공 인정으로 개성공단 생산 제품은 FTA 발효 즉시 특혜관세 혜택을 적용받는다. 현재 개성공단에서 생산 중인 품목을 포함해 총 310개 품목에 원산지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이미 체결한 FTA 가운데 가장 폭넓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서비스 부문은 중국이 자국 FTA 체결 사상 처음 통신과 금융을 별도 장으로 구성했다. 통신 부문에는 상대국 망·서비스 비차별적 접근 보장, 비차별적 상호접속 제공 의무 등이 담겼다. 금융 부문은 관련 규정 사전 공표와 인허가 신속 처리를 골자로 하는 금융 투명성 제고 규정이 포함됐다. 양국 금융당국 간 협의채널인 금융서비스위원회 설치도 합의됐다.

전자상거래도 중국으로서는 처음 FTA 장으로 수용했다. 온라인 결제과정의 개인정보 유출, 전자서명·인증 관련 이슈 발생 시 양국 간 FTA이행위원회를 통한 해결 모색이 가능해졌다. 다만 한미 FTA와 비교하면 디지털제품 비차별 대우는 조항에서 빠졌다.

최근 늘어나는 국제 직구·역직구 조항과 관련해 특송화물 면세제도(기준금액 200달러) 도입이 빠져 아쉬움을 남겼다. 중국 정부는 특송화물 여부와 관계없이 관세액 50위안(약 8700원) 이하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자국의 특이한 규정을 이유로 특송화물 면세 도입을 거부했다.

지식재산권은 세계무역기구(WTO) 지재권 협정 수준을 상회하는 조항을 협정문에 넣었다. 저작권·저작인접권 권리 추정 규정을 도입하고, 방송사업자의 배타적 권리를 인정했다.

무형의 무역장벽으로 꼽히는 기술규제(TBT)는 전기용품 국제공인 성적서 상호 수용 촉진, 자동차부품 시험성적서 상호 수용, 한국 시험인증기관의 중국 진출 촉진 근거 등을 마련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