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6>송희준 정부 3.0 추진위원장

정부가 국정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국정운영의 새 모델로 제시한 ‘정부 3.0’이 국정혁신의 진원지다. 공공정보를 국민 중심으로 개방하는 맞춤식 서비스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국민 입장에선 대환영이다. 개방과 공유, 소통, 협력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로 투명한 행정을 하겠다는 데 반대할 국민이 어디 있는가. 정부 3.0 구현에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이 뒷받침돼야 한다.

송희준 위원장은 “투명하고 유능한 서비스 정부 구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송희준 위원장은 “투명하고 유능한 서비스 정부 구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국가혁신 전략을 추진할 정부 3.0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7월 25일 출범했다. 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 직속이란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위원장은 송희준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가 위촉됐다. 위원회는 민간위원 8명과 관련부처 차관급 정부위원 6명으로 구성했다. 기획조정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협업과 공유, 개발, 맞춤형 서비스 등 6개 전문위원도 뒀다. 정부 3.0추진위원회는 집행력(執行力)을 갖고 있다. 자문이나 의견을 내는 일반적인 위원회와는 역할이 다르다.

송희준 정부 3.0 추진위원장을 지난 13일 오전 10시 서울종합청사 별관 4층 위원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서울대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사회과학대학장,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장, 한국행정학회장, 전자정부특별위원장, 정부산하기관 경영평가단장을 역임했다. 정보통신전략위원, ICT대연합 운영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30여년간 행정 개혁과 전자정부 구현에 참여한 행정학계의 대표적인 ICT 전문가다.

그가 건네준 명함에 투명하고 유능한 서비스 정부,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명함만 봐도 위원회의 업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송 위원장은 “정부 3.0은 창조경제와 더불어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 정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민관 협업을 통해 정부 3.0을 이른 시일 안에 구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위원장 임기는.

“2년이다. 위원장은 비상근이다.”

-학교는 휴직했나.

“아니다. 일주일에 대학에서 두 강좌 강의를 한다. 비상근이지만 일이 많아 매일 집무실로 출근하다시피 한다.”

-보수는. “그런 건 없다. 그동안 나는 역대 정부와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공직자 생리도 잘 안다.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는 소신이다.”

-위원회는 그동안 어떤 성과를 냈나.

“위원회 차원에서 성과라고 내놓을 게 별로 없다. 2013년 6월 19일 ‘정부 3.0 비전 선포식’ 이후 안전행정부 중심으로 업무를 추진했다. 나름대로 분야별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일부 오해와 범정부 차원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난해 7월 위원회 출범 후 국정운영 방식을 국민 중심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정부 3.0 발전계획’을 만들고 이를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11월까지 2개월여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2월 10일 오전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제1회 정부 3.0 책임관 회의를 열고 정부 3.0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위원회 차원에서 이제 혁신시동을 건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위원회 회의는?

“분기별 전체 회의를 열고 반기별로 대통령에게 과제별 추진현황과 진도, 성과를 종합해 보고한다. 수시로 서면보고도 한다. 필요시 위원회를 열어 현안을 논의한다.”

-정부 3.0 추진 방향은.

“우선 3대 목표로 △서비스 정부 △유능한 정부 △투명한 정부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8대 핵심과제 25개 단위과제를 제시했다. 부처 간 혹은 조직 간에 이해가 충돌할 수 있어 협업이 필수다. 업무의 절반이 정보화 사업이다.”

-정부 2.0과 3.0의 차이점은.

“정부 2.0은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정부가 제공하는 형태다. 정부 3.0은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미리 파악해 제공하는 맞춤식 행정 서비스다. 전국을 모세혈관처럼 연결하는 초정밀사회 정부다. ”

-위원회가 김대중정부의 전자정부특별위원회와 유사하다는 느낌이다.

“그렇다. 김대중정부 시절 전자정부특별위원과 위원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전자정부특위는 당시 전권을 갖고 전자정부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쟁점을 조정했다. 정부 3.0 추진위도 실행력을 갖고 있다.”

-대통령 직속이 아니고 왜 국무총리 직속인가.

“위원장직 제안 시는 대통령 직속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중에 총리 직속으로 바뀌었다.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3.0은 박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항이다. 정부 3.0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도 각별하다.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위원회에 참여하고 청와대 미래수석실 지원도 받는다. 주기적으로 청와대와 위원회가 긴밀하게 협의, 조율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이면 힘이 더 실리지 않았겠나.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하기에 달려 있다고 본다.”

김대중정부 시절 전자정부특위의 파워는 대단했다. 전자정부는 인터넷 기반의 시스템혁신이었다. 정보통신부가 실무적으로 주도했다. 공직사회의 반발이 심했다. 청와대는 이런 움직임에 강력히 대응했다. 위원회 간사도 김영주 청와대 비서관(산업자원부 장관 역임)이 맡아 전자정부 업무만 전담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도 위원회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박지원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위원들에게 폭탄주를 돌리며 민간위원들에게 힘을 실어 줬다. 심지어 전자정부에 반대하던 개방직 모 인사는 보따리를 쌌다.

안문석 특위위원장은 회의에 모 부처 차관 대리로 고위공직자가 참석하자 “대리 참석 시 사전에 위원장 허락을 받으라”고 엄중 경고했다. 안 위원장은 잘못하는 공무원을 가차 없이 야단쳤다. 교수 출신들이 공무원들 눈치 보는 일이 많았던 점에 비춰 그는 이례적이었다. 안 위원장이 업무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던 것은 그에 대한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과 전자정부 구현 의지가 견고했기에 가능했다.

-당시 전자정부 슬로건은 ‘정부가 당신의 손안에’였다. 정부 3.0의 슬로건은.

“‘신뢰 받는 정부, 국민 행복 정부’가 슬로건이다.”

-정부 3.0 책임관은 어떤 일을 하나.

“광역 시도는 기획관리실장이, 시·군·구는 부자치단체장이 3.0 책임관이다. 이들은 최고정보책임자(CIO)와 같다.”

-정부 3.0 관련 예산은 얼마나 되나.

“3500억원 정도다. 내년 예산부터는 위원회가 엄정하게 들여다볼 방침이다. 3.0 책임관회의에서 이런 방침을 밝혔다. 정부 3.0 과제별 예산집행은 기획재정부와 상시 관리할 계획이다.”

-국민의 수요를 어떻게 파악하나.

“정책 영역별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국민 수요를 파악해 찾아가는 맞춤형 행정서비스를 하겠다. 당장 전수조사는 못하지만 전화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의 수요를 파악할 방침이다.”

-시스템을 바꾸려면 법과 제도도 개선해야 하는데.

“부처 간 합의 위에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미래모델을 설정하고 정보공개를 제한하는 법과 제도를 신중하게 정비할 방침이다. 6개 전문위원회별로 전문가들이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정부 3.0은 전자정부 다음 단계다. 119와 112 같은 긴급전화도 수요자 시각에서 통합을 추진 중이다. 연말정산 서비스는 논란이 된 세제 문제가 해결된 후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유능한 정부가 되려면 ICT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을 정부 3.0에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클라우드 발전법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원전정보 공개로 국민과 정부 간 정보 비대칭도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의 속살을 보여주는 투명한 정부를 구현할 수 있다.”

-정부 3.0은 언제 완성되나.

“전자정부 구현으로 우리는 전자정부 강국으로 부상했다. 역대 정부가 전자정부 정착에 계속 노력한 결과다. 정부 3.0도 마찬가지다.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 정부가 다 완성한다고 할 수 없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어떤 각오인가.

“서양 격언에 ‘필요할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이 있다. ‘국민이 필요할 때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정부가 진짜 정부’라고 생각한다. 국민 입장에서 유능한 정부, 투명한 정부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 하겠다.”

송 위원장의 취미는 바둑. 아마 6단이다. 논어(論語)의 명언과 명구가 좋아 여섯 번이나 독파했다.

송 위원장의 리더십과 역할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 3.0을 자신의 치적(治積)으로 자랑할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11월 13일 오전 10시 전자정부 기반완성 보고회장에서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 인생에서 오늘같이 기쁘고 뜻깊은 날이 흔치 않았다.” 퇴임 3개월을 앞두고 그가 한 말이었다.

현 정부가 국정과제인 정부 3.0을 완성한다면 박 대통령은 과연 뭐라고 감회(感懷)를 말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송 위원장과 헤어졌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