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 터보`

아무리 둘러봐도 영락 없는 ‘국민 세단’ 쏘나타다. 디자인을 많이 바꿨다고는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려운 변화가 많다.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은 선이 줄면서 조금 단순해졌지만 모양 자체는 LF 쏘나타와 큰 차이가 없다. 매쉬 타입 프론트 범퍼, 후면 스포일러, 크롬 사이드실 몰링 등 추가된 디자인 요소는 세련됐지만 전체적인 인상을 바꿀 만한 변화는 아니다.

[신차 드라이브]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 터보`

하지만 차에 들어앉아 주행을 시작하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차를 타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41개월 간 부품 70% 이상을 교체하며 공 들여 개발한 2.0 터보 GDi 엔진이 저속, 고속 가릴 것 없이 만족스러운 힘을 발휘한다. 톡톡 튀어나가는 느낌은 없지만 꽤 묵직한 출발감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조금 더 탄력 있는 가속이 가능하다. 실용영역에서 고성능을 강조하겠다는 개발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 배기음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터보 엔진 매력을 경험하기에 제격이다. 일반 모드, 스포츠 모드 가릴 것 없이 세단 기반의 부드럽고 안정적인 가속이 인상적이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은 채 계속 속도를 올려도 크게 울렁거리는 느낌이 없다. 물론 세단 모델보다 가속력은 좋다. 터보 엔진의 힘과 세단의 안정성 사이에서 적정한 중간점을 찾았다는 느낌이다.

특히 터보 엔진을 얹기 위해 서스펜션과 차체 프레임을 새로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 덕분에 가속 성능과 출력이 강조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승차감과 정숙성을 놓치지 않았다.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을 제외하면 자동차 자체에서 나오는 소음은 웬만큼 잡아냈다. 대형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해 제동 성능도 향상된 주행 성능을 제어하기에 무리가 없다.

외관에서 도드라지지 않았던 스포츠 디자인은 인테리어에서 마음껏 구현했다. 운전석 핸들에는 스포츠카에 많이 쓰이는 D컷 스티어링 휠과 패들시프트를 적용했다. 페달과 풋레스트에도 메탈 소재를 사용해 고성능차 느낌을 한껏 살렸다. 계기판 바늘은 6시 방향으로 떨어진다. 전형적인 스포츠카 설계다. 시트에는 오렌지색 선을 입혀 디자인에 개성을 가미하고, 측면 커버링을 강화해 기능적으로도 고속 주행에 적합하게 맞췄다.

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TPMS)는 전 트림에 기본 장착했다. 고속 주행이 많은 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타이어 공기압 저하를 효과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네 개 바퀴의 타이어 공기압이 모두 각각 수치로 표시돼 미세한 변화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기에 옵션을 추가하면 차선이탈경보장치(LDWS), 전방추돌경보시스템(FCWS) 등 첨단 안전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이들 옵션이 모두 장착된 모델을 시승했는데, 사고 위험이 많은 고속 주행에서 특히 유용했다.

쏘나타 터보의 상위 트림인 익스클루시브 모델 가격은 3210만원이다. 각종 옵션을 추가하면 3500만원대까지 가격대가 오른다. 한 차급 위 모델인 그랜저와 가격대가 정확히 겹친다. 하위 트림 그랜저(HG 240)는 오히려 더 싸다. 장점이 많은 차지만 무턱대고 선택하기엔 고민이 앞설 수밖에 없다.

다만 가족용 세단을 장만하면서도 가끔은 ‘펀 드라이빙’을 즐기고 싶다면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시승에서도 입증됐듯 ‘국민 세단’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스포츠 드라이빙 묘미는 살렸다. 일상 영역에서 높은 성능은 덤이다. 제네시스 쿠페 같은 고성능차를 사고 싶지만, 가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젊은 아빠’를 노렸다는 느낌이 강하다.

쏘나타의 변신은 결국 대한민국 세단의 변신이다. 가장 대중적인 중형차였지만 그만큼 특색 없는 차이기도 했다. 소비자 수요가 다변화되면서 자연히 판매도 줄어든 이유다. 쏘나타 터보는 ‘쏘나타가 결코 심심하지만은 않은 차’라는 사실과 새로운 활용법을 보여준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