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美 망사업자의 완패? 법정서 보자!

[이슈분석] 美 망사업자의 완패? 법정서 보자!

‘망사업자의 완패’

이번 FCC 표대결 결과만 보면 그렇다. 실제로 줄곧 망중립성을 반대해 온 버라이즌이나 AT&T, 컴캐스트와 같은 미국 인터넷네트워크 제공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막대한 로비자금과 대응자료를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바쳐 가며 공을 들였다.

망중립성 지지세력 쪽인 구글이나 트위터, 넷플릭스 등 인터넷서비스 업체에 비해 월등히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였음에도 오바마의 위력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

FCC 안이 통과된 26일(현지시각) 미국 증시가 이들의 희비를 그대로 방증한다. 이날 넷플릭스의 주가는 1% 증가한 483.03달러에 마감됐다. 이 회사는 매일 저녁 북미 전체 웹트래픽 3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제1의 스트리밍 업체다.

반면에 케이블TV와 함께 인터넷 회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컴캐스트는 이날 주가가 0.8% 하락해 59.15달러까지 떨어졌다. 타임워너케이블과 AT&T, 버라이즌 역시 1.4%와 0.9%, 0.4%씩 빠졌다.

반전 드라마는 지금부터라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독기 오른 망사업자들이 제2 라운드를 벼르고 있어서다.

무대는 법정이다. 철저한 대응 논리와 자금으로 무장한 이들은 최소 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대법원 상고까지 고려 중이다. 벌써 대형 로펌 초호화 변호인단으로 진용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싸움이 법리 다툼으로 번지게 되면 FCC에 불리하다는 분석을 이날 내놓았다.

지금껏 FCC가 법정에서 망사업자를 만나 이긴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망중립성과 관련, FCC의 컴캐스트 제재가 부당하다며 ISP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월에는 버라이즌이 FCC를 상대로 제기한 망중립성 원칙 무효소송에서 이겼다. 당시 FCC는 상고 대신, 기존 망중립성 규칙을 개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만큼 송사에 자신 없어 한다.

그런 FCC도 끝까지 믿는 구석은 있다. 망사업자들을 ‘타이틀Ⅱ’로 묶어 놓고 있는 한, 자신들을 상대로 섣불리 공세를 펼치진 못할 것이라는 기대다.

기간통신사업자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망사업자들은 망중립성 문제뿐 아니라 요금 인가나 보편적 역무 등 향후 FCC를 상대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