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기관장에게 듣는다]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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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받는 국가 과학기술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지향한다. 기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이 지난해 9월 취임식 때 직원에게 던진 화두다. 이날 한 원장은 기관장 출마 때 제출했던 경영 소견서를 직접 강연했다. KISTI가 선도형 R&D를 위한 든든한 파트너,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국가 과학기술 CIO가 되자는 것이 핵심이다.

[2015 기관장에게 듣는다]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눈길을 끄는 경영 목표도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분석능력을 활용한 기업 지원이나 슈퍼컴을 활용한 기업체 애로 해결 등이다.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는 지역별 네트워크에서 밸류-체인형 네트워크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가치사슬을 엮어주는 방식으로 자연스레 기업생태계 조성에 나선다는 복안으로 현재 자료조사를 진행 중이다.

선단식 지원체계를 만들 일단의 계획도 내놨다. 25개 출연연이 기업에 필요한 것을 종합 지원하는 창구역할을 KISTI가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한 원장은 논어의 요왕이 얘기하는 2장 오미(五美)와 사악(四惡)편에 애착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 ‘사람에게 일을 시키면서 원망을 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마땅히 목표실현을 추구하되 개인적인 탐욕을 부려선 안 된다’는 말도 보배로 여기고 있다.

“국민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 월급이 세금서 나오니, 그 세금이 아깝지 않게 쓰였는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조직의 발전이 개인의 발전과 함께해야 한다는 한 원장의 경영철학과 올해 계획 등을 들어봤다.

-기관 정체성이 뭐냐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KISTI는 과학기술인프라 기관이다. 과기인프라 정보 존재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를 선도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기관 역할이다. KISTI가 장차 ‘국가과학기술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가 돼야 한다고 본다. 과학기술 R&D에서 ‘정보’란 가장 중요한 인프라이자 성과다. 따라서 KISTI는 ‘과학기술 R&D 인프라 지원 및 구축’이라는 역할이 가장 차별화된 역량이다.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슈퍼컴퓨팅도 자원 자체만으로는 제 역할에 한계가 있다. 국가 차원의 역할을 하려면 써오던 사람이 연구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 슈퍼컴의 활용범위가 넓어진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빅 사이언스는 KISTI가 하지만 개인 개별 활용을 도와주는 쪽으로 영역을 넓혀야 할 것이다.

슈퍼컴퓨팅 분야 분리도 일부 얘기하지만 아직은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고 본다. 현재의 과기정보와 슈퍼컴 융합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의 2단계 경영정상화를 어떻게 보나.

▲어려운 부분이 있다. 투스트라이크 아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조직원이 식구라고 생각한다면 평점 D를 맞지 않도록 사전에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적합한 일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 역할을 찾아 주는 것이 보직자다.

비정규직은 자리(TO)가 있는 한 무기 계약직화하는 등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다. 임금 피크제도 정년연장과 관련해 사전 논의를 거쳐 도입할 계획이다. 성과가 좋은 사람은 성과급으로 보완할 방침이다.

-연구원이 연구보다는 관리자로 역할을 인식하는 분위기가 있다.

▲안다. 그래서 비전에 ‘R&D’라는 단어를 넣었다. ‘행복사회 실현을 위한 R&D 파트너’가 비전이다. 비전을 실현하다보면 고객가치 창조는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현재 예산 대부분이 서비스가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연구비를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과학기술 정보 서비스 시류를 앞서가는 것이 인프라 연구기관으로서의 사명이다.

-지난해 말 대대적 조직개편을 시행했는데.

▲연구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부원장제 도입과 4본부 체계로 개편이 핵심이다. 기본 배경은 소통과 융합, 효율과 혁신, 견제와 균형, 자율과 책임이다. 슈퍼컴퓨팅본부와 첨단정보융합본부에 전체 자원 60%를 투입한다. 출연연 역할인 국민 행복을 위한 목적 지향적 사업을 펼칠 융합기술연구본부와 중소기업혁신본부에 나머지 역량을 투입할 것이다.

-창업이나 기술이전 등 창조경제 성과를 위한 정부 요구가 많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고민이 많다. R&D보다는 과학기술 정보 서비스 중심 기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연구소 창업이나 기술이전이 약할 수밖에 없다. SW를 개발해 이전하는 것이 있긴 하지만 얼마 되진 않는다.

대신 KISTI 강점을 살려 창조경제에 기여하고 성과를 내려 한다. 기업을 진단하고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일, 제품 발굴 등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 직간접 경제효과로 따지면 임기 동안에만 1조원은 될 것으로 예상한다.

-KISTI만의 고유 정책에 대해 얘기한다면.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했다. 13개 세부과제에 내부 공모를 거쳐 경쟁하고 과제 책임자를 선정했다. 또 개방형 모범창의과제를 올해부터 시행한다. 이는 내부적으로 접수해 선정하는 것도 있지만, 외부에서 과제 아이디어를 받아 과제를 선정하기도 하고 문제해결형 과제를 외부에 공모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끼리만의 R&D 시대는 지났다. 모든 걸 열어놓고 우리가 부족한 것을 외부에서 받아들여야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지난해 성과 세 가지만 꼽는다면,

▲연구 및 학습 시뮬레이션 플랫폼인 에디슨(EDISON:첨단 사이언스·교육 허브 개발 사업)이 지난해 기초연구 우수성과 50선에 뽑혔다. 슈퍼컴퓨팅 인프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라는 사회 분위기를 보다 고조시키는 도구로서 활용 범위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올해는 중소기업 지원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과학 데이터 공동활용 체제 구축도 주요성과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와 협업을 바탕으로 위성영상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물로 적조를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데이터 처리속도가 14배 개선됐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주관하는 기술멘토링 사업 운영 성과도 좋다. 48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출연연 연구원이 나서 중소기업 애로기술 해결을 지원했다.

참여기업의 만족도는 5점 만점 기준 4.7점, 재참여 의사 또한 97%로 나타났다. 출연연이 중소기업 R&D에 가물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분석형 정보융합서비스 혁신(IAI)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가.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적은 시간을 투자해 신뢰도 높은 정보를 얻으려는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융합연구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다른 분야 지식이 부족한 연구자에게 정보를 분류·분석해줄 콘텐츠 큐레이션 기능도 매우 중요해졌다.

이를 극복할 대안이 IAI(Information Aided Innovation)다. 정보 검색 기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과학기술 정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연구자의 수요(on-demand)에 따른 신뢰도 높은 정보를 분석해 제공하자는 것이다.

-국가 사회현안 해결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 계획은.

▲데이터 중심 디지털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국가·사회 현안 해결을 지원할 것이다. 우선 노인성 치매 연구 지원 시스템을 개발·확산할 계획을 세웠다. 노인성 치매 데이터 네트워크 분석기술을 확보해 날로 심화하는 고령 사회에 대응할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풍수해 대응을 위한 지구환경 변화 및 사회정책 데이터도 통합 분석하고 있다. 현재 태풍-해일-홍수 재해대응 의사결정지원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향후 유관기관이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확도를 높여갈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과학데이터 공동 생태계를 구축해 다양한 재난·재해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과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슈퍼컴 5호기 도입 어디까지 왔나

슈퍼컴퓨터 5호기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슈퍼컴퓨터 자체 개발과 계산용량 세계 20위권의 슈퍼컴퓨터 도입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사업명은 ‘슈퍼코리아 2020:국가 초고성능컴퓨팅 인프라 선진화 사업’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이르면 이달, 늦어도 5월 말까지는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4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해 최근까지 수정작업이 진행됐다. 현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막바지 심의 중이다.

미래부는 기존에 진행해오던 초고성능컴퓨팅 인프라 도입운영 사업을 자체개발 및 운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슈퍼컴 5호기 도입 프로젝트에 국내기술로 초고성능컴퓨터를 자체 개발하는 내용과 예산요청이 포함된 이유다.

슈퍼컴퓨터 5호기는 4호기 주력시스템인 타키온2의 최대 성능인 300테라플롭스(1테라플롭스는 1초에 1조 번 연산) 대비 100배가량 빠른 성능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는 중국의 텐허-2(약 30페타플롭스, 1초에 3경 번 연산)다.

KISTI는 슈퍼컴퓨팅 인프라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서비스 플랫폼과 차세대 슈퍼컴퓨팅 시스템 SW를 개발 중이다. 활용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슈퍼컴퓨팅 활용 커뮤니티 확대와 인력양성도 병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2년 정부가 확정한 ‘국가 초고성능컴퓨팅 육성 기본계획(안)’에 따라 추진 중이다.

KISTI가 현재 운영 주인 슈퍼컴 4호기 ‘타키온2’ 시스템은 ‘전 세계 톱500 슈퍼컴퓨터 순위(top500.org)’에서 100위권 밖이다. 2010년 구축 완료했다. 당시 성능은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리스트에서 미국과 중국, 독일 등에 이어 14위였다. 2만5408코어에 77TB의 시스템 메모리를 갖췄다. 기초과학 R&D 분야를 포함해 자동차, 의학, 기계설비, 문화 콘텐츠 분야 등에서 활용됐다.

◆한선화 KISTI원장은?

대덕특구 내 여성 기관장 4인방 중 한 명이다. 1959년생. 정광화 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1948년생),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1961년생), 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장(1954년생)이 다른 세 명이다.

한양대 78학번이다. 1982년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돌연 성균관대 정보공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시스템공학센터에서 3개월짜리 단기 프로그래밍과정을 들으며 ICT의 매력에 빠졌다.

KAIST에서 전산학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진형 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과는 각별한 사이다. 김 소장이 KAIST 교수로 재직하며 한 원장을 10년간 지도했다.

한 원장도 다른 여성 기관장과 마찬가지로 대외활동이 왕성하다.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 편집위원, 한국정보과학회 이사, 국방 R&D자체평가위원회 위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부회장, 한국정보처리학회 이사 등을 지냈다.

한 원장이 맡고 있는 주요 역할로는 KISTI 원장을 비롯한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이사 겸 부회장,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 정보통신기술진흥자문위원회 위원 등이 있다.

1997년 KISTI에 입사해 KOSEN 지원단장, 지식정보센터장, 정보기술개발단장, 정책연구실장, 선임연구본부장, 첨단정보연구소장직을 역임했다.

연구성과로는 국내 최초 전문연구정보와 IT를 결합한 웹 서비스를 개발했다. 글로벌 온라인 커뮤니티이자 참여형 지식생태계인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를 구축했다. 현재 전 세계 70개국에 걸쳐 11만 국내외 과학기술자들이 코센에 참여하고 있다.

수상 이력은 과학기술부장관 표창, 과학기술훈장 진보장, 여성공학기술인대상(연구부문,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등이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