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처음으로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걱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 정부가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해온 만큼 인식변화가 생긴 것인지 주목된다.

최 부총리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 강연에서 저물가에 대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서민 입장에서 물가가 떨어지면 참 좋지만 지난 2월 물가는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이어 “저물가 상황이 이어져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그동안 디플레이션 우려는 없으며 지금의 상황은 디스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지속 하락하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3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기록했고, 담뱃값 인상에 따른 효과를 제외하면 지난달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 인상률이어서 인식 변화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3일 통계청은 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해 1999년 7월(0.3%)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 10월 0.9%를 기록한 이후 13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0.8%로 내려왔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지금이 디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은 고수했다. 그는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물가가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대를 넘어선다”며 “디플레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저물가의 장기화는 경제주체 심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내외 환경이 어렵다”며 “미국의 성장으로 세계 경제가 지난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유로존·일본·중국은 불확실하고 미국 금리 인상이 국제금융시장에 불안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혼자 잘 산다고 될 수 있는 경제가 아니고 세계 경제 여건이 잘 맞아떨어져야 되는데 고도성장기에 살아봤던 경험이 있는 국민 기대는 그게 아니다”며 “고도성장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 부양을 위한 임금 인상도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아예 노골적으로 기업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을 연간 7%대로 올렸다”며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