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낀 전기 되파는 시대 열린다…전력시장발 산업전체 `지각변동`

#서울 마포에 사는 A씨는 최근 전력 재판매 부업에 빠졌다.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구입해 잠자리에 들면서 충전하고 다음날 ESS에 담아둔 전기를 낮 시간대 되판다. 전기료 충당은 물론이고 추가 수입까지 얻을 수 있다. 전력 사용량이 많아지는 여름이면 전기요금이 올라 수익 상승도 기대 중이다.

전기를 공급 받아 쓰던 시대에서 쓰고 남기거나 저장해뒀다 되파는 시대가 왔다.

한국전력 일방 판매 방식에 다양한 소비자 재판매, 선물 거래방식이 도입되면서 전력 소비·판매 구조 대변혁이 시작됐다. 전력 및 산업계는 우리나라 산업 기반인 전기·전력시장 구조가 바뀌면서 생활·유통·사업 등 주변 일상에도 메가톤급 변화가 몰려올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저장전력 재판매 제도 개선과 함께 한전과 발전사 간 정부승인 차액계약을 인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개설한 수요자원 거래시장 일부 기준도 완화했다. 현물시장에만 의존하던 기존 전력시장에 발전자원·수요자원, 단기·장기시장 같은 상반된 거래 방법을 혼합해 신에너지 산업 성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낀 전기 되파는 시대 열린다…전력시장발 산업전체 `지각변동`

우선 전력시장에 다양한 거래방법이 도입된다. 독점구조가 깨지고 소비자 단계에서부터 경쟁구조가 짜여진다. 한전과 발전사는 선물개념 전력을 장외거래하고 소비자는 요금이 저렴할 때 전력을 저장했다 비쌀 때 되팔 수 있다. 그동안 한전이 발전사 전력을 전력거래소에서 사들이는 일방향 거래 패턴에서 시장금융 개념이 융합되면서 전력시장에 신거래 풍토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ESS와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저장했거나 생산된 전력을 한전에 되파는 것도 용이해진다.

ESS는 맞춤형 요금제 시행으로 충전을 위한 전력요금을 할인 받는다. 전력피크인 여름철에는 부하가 낮은 시간대인 밤 11시부터 아침 9시에 ESS를 충전하면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ESS 보급에 가장 큰 난제였던 투자비 부담을 줄인 조치다.

전기차 전력 재판매는 시범사업 형태로 우선 시행된다. 전기차 충전 전력을 되팔 수 있는 제도는 마련했지만 기술적으로 전력을 역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 개발해야 한다. 산업부는 지난 1월 한전·현대기아차·서울대·광주 과기원 등과 공동으로 전기차 전력 역전송 시스템(V2G) 테스트베드를 설치했고 이달 서울대에 추가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개설한 수요자원 거래시장은 사업자가 아낀 전기를 거래할 수 있는 폭을 넓혀 보다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시장에 입찰해야 하는 수요자원 개수 규제도 완화해 사업자 시장 참여 문을 넓혔다.

정부승인 차액계약은 한전과 발전사가 계약에 따라 진행하는 장외거래다. 지금까지는 발전사가 발전 가능한 전력량을 하루 전에 전력거래소에 입찰하면 한전이 이를 사들이는 시스템이었다. 반면에 차액계약은 계약 당사자끼리 일정 기간 발전량을 정해 특정 가격을 기준으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향후 발전할 전력량 가격을 정해 미리 사들인다는 점에서 금융권 선물거래와 유사하다. 사전 약정된 가격으로 전력을 거래하는 만큼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이 제도는 앞으로 수력과 석탄화력발전소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차와 ESS 전력재판매와 수요 자원 및 계약시장을 확대해 전력시장에 변화를 주고 관련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력시장 선진화 추진 방안

자료: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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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