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서버 공세가 시작된다

중국 기업이 국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국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서버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눈에 띄는 회사가 중국 화웨이다. 지난해 2월 우리나라 서버 시장에 발을 들였다.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 국내 서버시장에서 깜짝 실적을 올렸다. x86서버 700여대를 팔았다. 시장 점유율로는 2%에 불과하다. 하지만 분기별 100여대에 그치던 판매량이 단기간에 급증했다.

지난 11일 열린 `레노버 서버 솔루션 페어`에서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가 엔터프라이즈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지난 11일 열린 `레노버 서버 솔루션 페어`에서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가 엔터프라이즈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화웨이는 국내에서 네트워크 장비 사업에 비중을 뒀다. 때문에 이 회사 서버·스토리지 등 엔터프라이즈 사업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화웨이는 한국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투자를 강화한다. 회사는 올해를 엔터프라이즈 사업 ‘원년’으로 삼았다. 한국화웨이 관계자는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올해 중점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국HP 관계자도 “화웨이가 호스팅 업체에 제품을 공급한 것이 실적 상승을 이끈 것으로 안다”며 “화웨이 행보에 관심이 많고 경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레노버도 한국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지난해 IBM으로부터 x86서버 사업을 인수한 레노버는 기대와 달리 한국시장에서 주춤했다. 매각과 인수에 따른 변화로 판매가 부진, IBM때보다 실적이 낮아졌다. 20% 안팎을 유지하던 국내 시장점유율은 10% 초반으로 하락했다. 경쟁사인 HP·델과 격차는 벌어졌다. 하지만 오는 4월 1일 새로운 회계연도 시작에 맞춰 조직 정비를 마무리하고 재기를 노린다.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는 “올해 x86서버 사업에서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목표한다”며 “과거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레노버가 국내 시장에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면 선두권에 진입한다. 국내 x86서버 시장은 연간 5500억원 안팎으로, 목표 달성 시 레노버는 20% 점유율을 확보하는 셈이다.

이 밖에 중국 최대 서버 업체로 꼽히는 인스퍼도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사무소 개설과 함께 인력 충원을 검토 중이다. 인스퍼는 그간 협력사 두세 곳을 통해 서버를 판매해왔다.

중국 기업 부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해외 영토를 넓혀가는 전략을 펴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레노버, 화웨이, 인스퍼 등이 세계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성장하는 기업들로 꼽힌다.

중국 기업의 약진은 HP·델·EMC 등 미국 기업 중심 현 시장구도를 흔들 변수다. HP와 EMC는 각각 국내 서버와 스토리지 시장 1위를 독주해왔다. 국내 제조장비 업체에는 더 큰 부담이다. 미국과 중국기업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