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간택

[관망경]간택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가 간택됐다. 행정 중심 복합도시 세종으로 이전하는 영광을 누릴 기회를 잡았다.

24일 당정청 간 협의에 따라 두 부처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말 중앙부처 3단계 세종 이전이 완료된 지 수개월 만에 전해진 낭보다.

권력 서열 2위인 국무총리가 있고 30개가 넘는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이 자리 잡은 곳. 1만3000여명에 달하는 공무원이 근무하는 곳.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것은 해당 부처가 우리나라 최대·최고 행정도시의 일원이 되는 감격스러운 일이다.

여기까지는 희망 사항이다.

소속부처 이전 결정으로 짐을 싸야 하는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 직원은 그렇다 치고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조차 반응이 애매하다. 새로운 이웃이 될 두 부처에 ‘안쓰럽다’ ‘불쌍하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분위기다.

[관망경]간택

세종청사 공무원에게 세종은 가깝게 하기엔 먼 곳이다. 아직도 수많은 공무원이 업무차 서울을 오가느라 기차와 버스에서 시간을 보낸다. 국회라도 열릴 때면 서울과 세종 어느 쪽이 본부인지 헷갈릴 정도로 장거리 이동이 잦아진다. 초기에 비해 나아졌지만 여전히 미흡한 정주 여건은 말할 것도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새로운 이웃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혹자는 이번에 간택받지 못한 부처를 걱정(?)하기도 한다. ‘A부처는 언제 내려오나’ ‘B부처는 왜 꿈쩍하지 않나’며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이참에 국회 세종 이전도 추진해보자며 실현될 리 없는 희망사항을 말하는 이도 있다.

공무원 사이에 세종시가 진정한 행정 중심 복합도시로 자리 잡는 것은 이래저래 요원한 일로 보인다. 세종청사에 새로운 부처를 들이는 공만큼 세종에 대한 비정상적 인식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