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한전 사장 “에너지도 애플·페북 처럼 융합해야”

조환익 한전 사장 “에너지도 애플·페북 처럼 융합해야”

“한전은 지난 100년간 전기라는 단품만 팔아 영속해온 회사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전기요금에 의존해서는 미래가 없습니다. 세계 에너지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지금, 애플과 페이스북처럼 산업 융합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면 변해야 합니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에너지시장 격변기를 이겨내기 위해 ‘에너지+ICT 융합 신산업 창출’을 강조했다. 조 사장은 지난 27일 서울 구로구 쉐라톤서울디큐브시티 호텔에서 열린 ‘G밸리 CEO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미래 에너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ICT 융합 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조 사장은 글로벌 에너지시장이 셰일가스 등 새 에너지원 등장과 유가 하락으로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기업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같은 상품과 같은 서비스만 고집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위기에 처한 러시아를 들어 “2차 산업 없이 천연가스를 팔기만 했던 러시아는 지금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원 저가경쟁에 뛰어들었다”며 한전도 전기요금에 의존하는 매출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사장의 전기요금 의존 탈피 역설은 급변하는 국제 에너지 가격 동향과 우리나라 전기요금 결정 시스템과 연결지어 해석될 수밖에 없다. 석유·가스 등 원료 가격은 시시각각 변하지만 최종 상품인 전기 가격은 여전히 정치논리가 절대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몇 년간 이어진 전기요금 인상으로 최근 실적이 개선됐지만 자원 가격 변동분이 시장가격에 바로 반영되기 힘든 구조에서는 언제든 경영상황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한전은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올초부터 전기요금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온실가스 감축, 송·변전 설비 보상금 증가, 지방세 인상 등 여전히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인상요인으로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대안은 ‘에너지+ICT 융합 신산업’ 비즈니스화다. 시설물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효율화 사업과 스마트그리드를 육성해 성공 사례를 만들고 상품화해 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는 신흥국 중심으로 수출한다는 구상이다.

조 사장은 “에너지 시장 불확실성은 셰일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플레이어와 산업간 융합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소기업들과 함께 협력해 새로운 아이디어형 에너지 신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