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액센추어 `KDC` 몸집 대폭 축소…“정리 수순” 소문 무성

액센추어 ‘코리아 딜리버리 센터(KDC)’가 최근 인력과 개발 공간을 대폭 축소하자, 정리 수순이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하다.

부산에 설립된 액센추어 KDC의 인력 규모는 현재 75명 안팎이다. 최대 150명에서 절반 이상 줄어든 상태다. 설립 당시부터 근무했던 초기 멤버는 대부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액센추어의 KDC가 입주해 있는 부산 센텀 사이언스파크. 이곳 14층과 15층을 사용하던 KDC는 최근 그 규모를 3분의1로 축소했다.
액센추어의 KDC가 입주해 있는 부산 센텀 사이언스파크. 이곳 14층과 15층을 사용하던 KDC는 최근 그 규모를 3분의1로 축소했다.

부산사이언스파크 내 개발실과 사무실 등 업무 공간도 기존 두 개층에서 한 개층으로 정리됐고, 그 마저도 절반으로 축소되고 있다.

액센추어코리아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KDC에서 근무했던 인력 등 내외부 관계자는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KDC 철수가 사실로 굳어지면 그 시기는 설립 만 5년이 되는 내년 초로 예상하고 있다. 운영 기한인 5년을 넘겨야 부산시에서 받은 각종 지원 혜택에 따른 필요조건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KDC가 몸집을 대폭 줄이게 된 것은 국내 IT아웃소싱 시장 특수성에 따른 수주 부진이 원인이다. 국내 대기업이나 금융권은 각종 시스템통합(SI)사업을 IT계열사에 맡겨 크고 작은 개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액센추어 주요 사업 분야인 컨설팅도 국내 시장이 그리 크지 않아 파고들 틈이 없었다는 것도 한 원인이다.

KDC는 새로운 IT서비스를 표방하며 ‘원격지 개발’ 방식 아웃소싱 전문센터로 출발했다. 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 고객사의 직원 파견 요구와 이에 따른 잦은 출장 등으로 비용은 물론이고 운영상에 어려움이 많았다.

부산시의 부실한 유치기업 관리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부산시와 액센추어코리아는 KDC 개소 당시 전문인력 양성 등 지역 IT서비스 경쟁력 강화로 IT서비스산업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거창한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설립 후에는 신규 고용 지원금 액수를 놓고 견해차를 드러냈고, 시청 내 담당이 바뀔 때마다 기업 자체는 물론이고 유치 사실도 잘 몰라 소통에 애를 먹었다.

KDC 관계자는 “대기업 족쇄 때문에 부산시 산하 공기관의 발주 물량은 쳐다볼 수 없었다”며 “시 차원의 각종 컨설팅 용역에 기대를 걸었지만 부산발전연구원과 지역대학에 막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KDC에 근무했던 직원은 “액센추어 본사는 KDC 자체 역량으로 수주하거나 동남권에서 나오는 물량을 최소 20~30%는 기대했지만, 몇년이 지나도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한 대학교수는 “100명 가까운 지역 인력을 고용해 온 기업이 사라지는 것은 지역 일자리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유치 이후에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일 KDC가 철수하게 된다면 액센추어가 운영하는 세계 50여개 딜리버리센터 중 처음으로 폐쇄하는 사례로 남게 된다.

이에 대해 액센추어 측은 “KDC 철수는 공식적으로 거론된 바 없다”며 “조직은 줄었지만 한국 시장에서 사업 수주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