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유니그룹, HP 중국 네트워크 장비 자회사 H3C에 군침

중국 국영 반도체 업체 칭화유니그룹이 HP의 중국 네트워크 장비 자회사 H3C테크놀로지 인수에 나섰다. 화웨이·ZTE에 이어 네트워크 장비 업계에서 중국의 힘이 커질 전망이다.

칭화유니그룹이 HP의 중국 네트워킹 장비 자회사 H3C테크놀로지스 우선인수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칭화유니그룹은 H3C의 지분 51%와 별도 서버 부문을 총 50억달러(5조5145억원)에 사들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H3C은 2003년 화웨이와 쓰리콤(3com)이 공동으로 설립한 네트워크 장비 합작회사로, 2006년 쓰리콤으로 소유권이 정리됐다. 이후 HP가 2010년 쓰리콤을 27억달러에 인수하면서 HP 손으로 넘어갔다.

HP가 H3C테크놀로지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부진한 실적이 가장 큰 원인이다. 화웨이·ZTE 등 다른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에 밀려 사업 실적이 좋지 않았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미국 IT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중고에 시달렸다. 현재 직원 수는 5000여명 정도다.

HP는 지난해 10월 기업용 하드웨어·서비스 부문은 그대로 놔두고 자사의 PC·프린터 부문을 분사시키기로 결정했다. H3C 매각결정도 이 같은 사업재편 과정에서 이뤄졌다. 분사 작업은 오는 10월 완료된다.

세계 네트워크 장비 업계에서 중국의 힘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화웨이·ZTE 등 중국 업체들이 급성장하며 미국 시스코, 스웨덴 에릭슨 등 기존 강자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최근 유럽 미국 등지로 손길을 뻗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화웨이·ZTE의 시장 점유율은 10%에 불과했지만 지난 2013년 25% 수준으로 커졌다. 시스코는 같은 기간 50% 이상에서 37%까지 떨어졌다. 시스코는 지난해 6000여명을 감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칭화유니그룹이 H3C테크놀로지를 인수할 경우 자회사 팹리스들의 역량을 활용해 중국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주요 경쟁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국유회사 칭화홀딩스의 계열사로 중국 명문대인 칭화대학교와 제휴관계다. 자회사로 스마트폰 칩을 주력으로 하는 반도체 설계업체 스프레드트럼(Spreadtrum)과 무선통신 칩 전문 팹리스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두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15억달러에 회사 지분 20%를 인텔에 내주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기도 했다.

스프레드트럼은 2013년 칭화유니그룹에 합병된 후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직원 수를 크게 늘렸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