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초연결세상에서 만리장성을 넘는 법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다. 지금도 모바일과 차세대 통신기술, 가전 등 많은 분야에서 세계 최상위권에 속해 있고, 이런 자산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에는 정보통신 올림픽이라는 ITU 전권회의를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 ICT 선진국으로서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어떤 분야보다 빨리 신기술과 극소수 글로벌 플레이어에 의해 재편 가능한 ICT 시장임을 감안하면, 우리의 수성은 대견하기까지 하다. 멀리 돌아보지 않아도, 불과 5~6년 전 모바일 인터넷 분야에서 애플 등에 밀려 출발이 조금 뒤쳐졌던 우리 기업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간극을 만회, 지난 몇 년간 세계 최고 수준 스마트폰 수출국 위치를 지켜 왔다.

그러나 최근 시장구도를 보면 우리를 긴장하게 만드는 여러 지표와 신호가 여기저기 눈에 뜨인다. 특히, 중국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바로 옆에 있다면 더욱 그렇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올 1월 우리나라 휴대폰 수출은 20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5.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에서도 2013년 중국시장 내 점유율 1위에 있던 삼성은 자체 글로벌 판매량을 갱신 중인 아이폰6 애플과 샤오미와 화웨이 등 거대 자국시장을 뒤에 둔 중국업체 공세에 밀려 작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몇 단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기준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2억만대, 그 중 4억2000만대가 중국에서 판매됐다. 3대 중 1대 이상이 중국에서 팔린 것이다. 단말기 시장뿐이 아니다.

중국은 거대한 자국시장과 상대적 가격 우위를 앞세워, 국가 차원 ICT 개발투자 측면은 물론 ICT 분야 창업과 경영 지원 등 그 동안 우리나라에 뒤쳐졌던 규제 및 인프라 분야에서조차 빠른 속도로 우리를 따라오는 중이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의 가파른 ICT 발전 곡선이 우리의 완만해진 성장곡선을 뚫고 치솟는 골든크로스가 눈앞에 와있다는 예측까지 한다. 그러나 게임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닌 법. 우리에게는 미래 ICT 시장을 선도할 다양한 먹거리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세계 최고 수준 모바일 제조기술과 통신망, 인터넷 보급률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우리 ICT가 창조할 스마트홈, 원격의료, 스마트카 등 ICT 융합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그 중에서도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경우, 정부는 2020년까지 국내 시장규모만 30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가 축적해온 세계 최고수준의 반도체 및 ICT 인프라 자산이라면 모든 산업과 인프라가 연결되는 소위 초연결세상 앞자리를 치고 나갈 능력은 충분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ICT가 선도하는 창조한국 실현을 위해 2020년까지 8% 성장, 생산 240조원, 수출 21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K-ICT 전략을 발표하며 디지털 콘텐츠, 빅데이터, 5G, UHD, 스마트디바이스, SW, IoT, 클라우드, 정보보안을 9대 전략산업으로 선정했다.

모두가 초연결사회 핵심 분야다. 한국은 이제, 이런 분야에서 중국을 포함한 세계 소비자 선택을 받는 혁신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시점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5월 국내 최대규모 ICT 행사인 월드IT쇼를 개최한다.

다양한 사물인터넷 기술과 모바일 기술이 선보일 것이다.

이렇듯 과감한 정부 정책 예산투입이나 굵직한 국제행사 개최는 ICT 분야를 향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지금의 투자가 미래 초연결 사회의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청사진과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실행노력, 관련 인프라와 규제정비를 통해 국가적 재도약을 노려야 할 시점이다. 우리 스스로 잘 준비한다면 높아만 보이는 우리 앞의 만리장성도 지금껏 그래왔듯 힘차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노영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 yknoh@kai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