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성년 맞은 서울모터쇼의 과감한 도전

[데스크라인]성년 맞은 서울모터쇼의 과감한 도전

한국 자동차산업 역사는 일천하다. 하지만 세계 후발국이 벤치마킹할 만큼 성장했다. 무역수지 지속 흑자로, 우리 경제 버팀목이 된지도 오래다. 세계 5위 생산국이고, 판매량 세계 5위 기업도 있다.

한국 모터쇼 역사 역시 일천하다. 1897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1898년 파리 모터쇼, 189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 1903년 시카고 모터쇼와 버밍엄 모터쇼 등은 모두 1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한다. 1954년 도쿄모터쇼도 60년이 넘었다. 국내모터쇼인 서울모터쇼는 21세기를 몇 년 앞둔 1995년에야 시작돼 격년으로 열렸다. 올해 20년(10회)을 맞았으니, 겨우 미성년을 면한 셈이다.

지금까지 우리 모터쇼는 ‘선진국 따라 하기’에 바빴다. 자동차산업은 세계 5위지만, 모터쇼 수준은 세계 5대 모터쇼 축소판, 또는 도쿄 모터쇼 복제판 수준에 머물렀다. 오죽하면 볼보와 크라이슬러 등 일부 수입차업체는 한국 소비자에게 자사 차를 팔고 있음에도 국내 최대 모터쇼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람보르기니는 참여키로 했다가,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할 정도로 가볍게 여긴다.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는 것인지 한국 모터쇼를 경시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우리 자동차산업은 아직 도전과 성취를 거듭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번 주 10일 일정으로 2015 서울 모터쇼가 개막한다.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는 1년 6개월 전부터 성년식을 치루는 올해 서울모터쇼를 준비했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문화와 이종산업을 아우르는 종합 예술품’이라는 개념을 바탕에 깔았다. 그 중심에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을 역임하면서 산업·기술·지식·문화행사인 ‘테크플러스포럼’을 탄생시킨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서울모터쇼조직위원장)이 있다. 김 회장은 취임 후 한국인으로는 처음, 아시아인으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자동차협회(OICA) 회장에 선출돼 한국 자동차산업 위상을 높였다.

모터쇼에서는 베스트셀러 카 뿐 아니라 몇 년 뒤 출시할 컨셉트카도 미리 공개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화려함과 흥행에만 몰두, 본질에서 벗어난 ‘모델 등용문’이라는 오명이 따라붙는다.

2015 서울 모터쇼는 철저히 자동차 미래를 조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본질적 변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서울모터쇼만의 차별화를 꾀하려 한다. 참여형 융합 행사로 현란한 모델쇼의 부족분을 채웠다. 현 정부 규제 완화의 상징적 존재인 푸드트럭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직위는 지난 1년여 IT산업계와 다양한 이업종 업계에 러브콜을 보내 미래 자동차 문화 전시회를 기획했다. 글로벌 전자IT 전시회 CES가 IT에 자동차를 접목하면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면, 서울모터쇼는 반대로 본질인 자동차에 한국이 가장 트렌드를 앞서가는 스마트 IT와 문화콘텐츠를 융합함으로써 세계 이목을 잡겠다는 의지다.

2015 서울 모터쇼는 사실상 세계 모터쇼 최초로 ‘자동차 IT 미래 융합’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국내외 다양한 이해관계로 시작은 부족하고 미미하다. 하지만 이같은 시도야말로 세계적이고 한국적인 ‘차별화된 모터쇼’ 첫단추일 수밖에 없다. 애정어린 시선이 필요하다. 2015 서울 모터쇼, 변화의 시작점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