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에 땀나야 성공하는 O2O 사업"

‘하루 명함 입력 9만장’ ‘강남구 건물주 전화번호 찾기’ ‘한겨울 빙판길 신선식품 배달’.

무한도전이 아니다. O2O(Online to Offline)사업에 도전한 스타트업 회사 이야기다. 최근 모바일 경제가 확대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O2O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O2O사업 ‘발품’이야말로 대기업 자본력이나 기술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이다.

직방
직방

드라마앤컴퍼니의 명함 관리 앱 ‘리멤버’는 손이 가는 사업이다. 기존에 스마트폰으로 이미지를 찍어 인식하는 광학문자인식(OCR)기술 기반의 명함관리 앱과 달리 리멤버는 사람이 직접 입력한다. 대신에 정확도가 높다. 기존 OCR기술의 정확도가 70%이하라면 사람이 입력하는 리멤버는 정확도가 96%이상이다. 이 회사는 30억원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고용된 명함 입력 타이피스트만 1000명이다.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사장은 “하루에 입력하는 명함만 약 9만장”이라며 “누적 명함 입력양이 1300만장을 돌파했으며 올 연말까지 100만명 가입자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발로 뛰는 사업도 있다. 지난 2012년 안성우 채널브리즈 대표는 원룸·투룸·오피스텔 부동산정보를 제공하는 앱 ‘직방’을 내놓고 직접 매물 정보 확보에 나섰다. 사업 초기인만큼 믿을 수 있는 공실 정보를 직접 확보해야 했다. 안 대표와 직원들은 강남구 지도를 펼쳐놓고 건물마다 일일이 방문해 건물주 전화번호와 매물정보를 확인했다. 도둑으로 의심받을 까봐 한 집 건너 누르던 벨도 한 층에 한 집만 확인하는 식의 ‘노하우’도 얻었다.

안성우 사장은 “건물주 전화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전기 계량기를 확인하기도 하고 리스트를 정리해놓고 한 달에 한 번씩 전화를 돌렸다”며 “해병대 출신이라고 강조한 직원을 뽑았더니 한 달만에 힘들다며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맛집 배달서비스로 시작했던 플라이앤컴퍼니도 예외는 아니다. 사업 초기엔 주문이 적기 때문에 전문 ‘라이더(배달기사)’를 많이 고용하기 어려웠다. 주문이 들어오면 디자인, 영업, 기술 인력 너나 할 것 없이 배달에 나섰다. 오토바이를 못 타는 임은선 플라이앤컴퍼니 대표도 지하철로 배달을 했다.

임은선 사장은 “영업팀장이 겨울철에 배달을 나갔다가 빙판에 넘어져 쇄골을 다쳐 3개월이나 입원했다 복귀한 적도 있다”며 “소형물류사업으로 확대한 지금은 콜센터, 마케팅, 배달로 역할이 명확히 나눠졌지만 초창기 핵심인력이 직접 경험한 일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를 필요로 하는 우리 서비스에서 정말 큰 자산이 됐다”고 강조했다.

공유차량(셰어링카) 서비스를 제공하는 쏘카 김지만 사장은 “스타트업에서 O2O사업은 기술, 금융, 노가다(막일) 세 가지가 필수 구성요소라고 말한다”며 “특히 사업 초기에 자원이 부족할 때 오프라인 정보나 관계를 온라인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