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광전송장비, 마침내 KTX에 승차…2일 개통 호남고속철도에 첫 적용

국산 광전송장비(MSPP)가 고속철도(KTX)에 처음 도입됐다. 외산 장비 일색이던 고속철도광통신망 시장에서 한국 기업 기술력이 입증된 셈이다. 수백억원대 수입대체효과와 함께 해외 고속철도 시장 진출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우리넷·애니콤정보통신 컨소시엄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계약을 맺고 2년간 추진해온 ‘호남고속철도 오송~광주송정 간 광다중화장치구매설치사업’을 완료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우리넷은 지난 2012년 한국철도시설공단과 130억원 규모 MSPP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호남고속철 KTX는 시설물검증시험과 영업시운전을 마치고 2일 개통을 앞두고 있다.

MSPP는 음성과 인터넷 전용회선 전기 신호를 하나로 묶은 후 광신호로 전환해 전달하는 전송장비다. 국내 업체 중에서 우리넷, 코위버, 텔레필드 등이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기존 경부고속철도 1, 2단계 사업에는 외산 장비가 사용됐다.

호남고속철도 KTX에 국산 MSPP를 채택한 것은 고속철도에서도 국산 장비 안정성이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다. 고속철도에 쓰이는 통신장비는 고객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높은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일반 철도에 이어 고속철도까지 국산 광전송장비가 사용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호남고속철도가 사용하는 MSPP는 열차안전운행(전철전력제어, 신호제어, 열차무선 등)과 역무운용(승차권 예약 발매, 여객 안내, 영상감시 등)에 필요한 각종 통신에 사용된다. 우리넷과 애니콤정보통신은 10기가급과 2.5기가급 두 종류 MSPP를 설치했다.

눈여겨볼 점은 열차신호제어와 같은 특수 통신방식을 위해 별도 통신설비(P-MUX, 채널다중화장치)를 설치한 경부고속철도와 다른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우리넷은 2.5기가급 MSPP에 해당 기능을 통합, 신규 개발하면서 경부고속철도 대비 투자비 감소, 운용·유지보수 효율화를 이뤄냈다.

고속철도 사업에 국산 MSPP가 도입되면서 향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추진하는 해외고속철도 구축 사업에도 수출 기회가 생겼다. 철도 맞춤형 개발장비 등 적극적 기술개발이 잇따를 전망이다.

안효근 우리넷 부사장은 “올해 주요 통신사업자 MSPP 시장이 10~20%가량 축소되지만 철도와 교통망은 늘어나는 추세”라며 “고속철도 통신망을 기점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공급량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