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스마트공장발 제조업 혁명

[이슈분석]스마트공장발 제조업 혁명

스마트공장발 제조업 혁명이 시작된다. 기획에서 설계·제조는 물론이고 유통·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정보기술(IT) 기반으로 통합해 생산성 향상과 부가가치 창출을 꾀한다. 기존 주력산업 성장세가 주춤하고 대중소 기업간 양극화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국내 제조업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모든 혁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스마트공장은 영역이 광범위하다. 그만큼 개념의 모호함도 커진다. 지금 당장 매출 올리기도 버거운 중소 제조업체가 중장기 효과를 내다보고 스마트공장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제조업 혁신의 구원투수로 나선 스마트공장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본다.

국내 제조업은 해외 생산 증가와 고비용 생산구조 때문에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2004년 이후 2013년까지 10년간 해외 설비투자비율은 세 배로 높아졌다. 우리 제조업 혁신도는 일본의 76%, 독일의 46% 수준에 머문다. 최근 1년간 제조업 체감경기지수는 경기호전을 뜻하는 100을 넘어본 적이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 매출 증가율은 2010년 18.7%에서 2013년 0.7%로,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7.8%에서 5.7%로 하락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총체적 난국 속에 신산업은 물론이고 기존 주력 산업 경쟁력도 뒷걸음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경쟁력위원회와 딜로이트는 한국 제조업 경쟁력 순위가 2010년 3위에서 2013년 5위로 내려간데 이어 오는 2018년 6위로 한단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주춤하는 한국 제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과 융합한 생태계 차원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지난달 ‘제조업 혁신 3.0 실행대책’을 내놓으면서 스마트공장을 앞머리에 올린 것도 이같은 고민에서 나왔다.

스마트공장은 제품 기획·설계·제조·공정·유통·판매 전 과정을 IT로 통합해 최소비용·시간으로 고객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단순 설비 자동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전 과정을 자동화·정보화해 제조업 가치사슬 전체가 하나의 공장처럼 실시간 연동·통합된 생산체계를 지향한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020년까지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1만여개 사업장을 스마트공장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 에너지 절감, 인간 중심 작업환경 등을 구현한다. 개인 맞춤형 제조, 신융합산업 발굴 등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양질 일자리를 늘린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효과도 기대된다. 대기업이 2~3차 이하 협력사의 생산현장 개선을 직간접으로 지원한다. 협력사 생산성 향상은 곧 대기업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

스마트공장 정책을 놓고 현실성이 낮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은 스마트공장 비전과 현실 사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다. 모든 것을 자동화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구상은 좋지만 전산화조차 이루지 못한 영세 기업에는 요원한 얘기다. 정부는 기초에서 고도화단계까지 수준별로 접근한다는 방침이나 이들 기업이 스마트공장에 얼마나 의지를 가질지 미지수다.

어느 정도 규모와 업력을 갖춘 중소기업도 부담되긴 마찬가지다.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는 정부가 일정 부분을 지원하면 해당 기업이 매칭 투자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요즘처럼 불안정한 경기 속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 힘든 스마트공장에 과감히 투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휴대폰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공장화가 필요하지만 경기에 따른 부침이 반복되는 생산현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스마트공장 효용성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시범사업을 벌여 중소기업 사이에 인식을 높이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이라는 양날의 칼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도 관건으로 꼽힌다. 대기업이 협력사 생산성 향상을 위해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는 것은 보급·확산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지나치게 대기업 협력사 위주로 진행되면 다른 중소기업은 정책 수혜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광범위한 스마트공장 개념을 구체화하고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를 해소하는 것은 당분간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상당수 기업이 스마트공장하면 자동화 설비 도입만을 떠올린다. 정부 그림대로 기획에서 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을 아우르는 스마트공장을 완성하려면 지속적 구체화와 홍보 노력이 요구된다.

일자리 차원에서는 자동화·정보화로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측면이 있지만 수요가 줄어드는 생산인력을 전환 배치하는 문제가 남는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혜택을 고르게 누릴 수 있도록 기존 인력의 연착륙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