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여니 눈앞에 가상현실이 펼쳐졌다...첫 국산 상용VR게임 6월 출격

#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쓰자 실험복을 입은 누군가 쓰러져 있는 장면이 보인다. 그의 손으로 시선을 옮겨 다른 공간으로 통하는 문을 열 수 있는 ID카드를 얻었다. 뒤에서 갑자기 굉음이 들려 고개를 돌리니 연구실 창문을 박차고 좀비가 들어온다. 관자놀이를 가볍게 누르니 총알이 나가 좀비를 맞춘다.

13일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직원이 가상현실게임 모탈블리츠VR를 시연하고 있다.
13일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직원이 가상현실게임 모탈블리츠VR를 시연하고 있다.

# 이번엔 다른 공간이다. 바로 앞에 아이돌 여가수가 보인다. 여가수 얼굴을 빤히 쳐다보자 이 친구, “살이 좀 쪘죠?”라며 얼굴을 붉힌다. 가상공간에 뜬 ‘콘서트 감상하기’ 메뉴를 쳐다보니 바로 앞에서 아이돌 그룹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 중간에도 여러번 옷을 바꿔 입는 등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화려한 연출이 코앞에 펼쳐진다.

가상현실(VR)은 더 이상 영화소재가 아니다. 기자가 13일 찾은 서울 광진구 스코넥엔터테인먼트에서는 갤럭시노트4와 삼성기어VR 두 가지 제품을 결합해 앉은 자리에서 300년 후 미래와 아이돌 콘서트 현장을 넘나들 수 있었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오는 6월 ‘오큘러스 스토어’에 자체 기술로 개발한 슈팅게임 ‘모탈블리츠VR’을 출시한다. 예정대로 게임이 나온다면 모탈블리츠VR은 국내기업이 처음 출시한 상용 VR 게임으로 기록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고 모바일게임 ‘모탈블리츠VR’ 개발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오큘러스VR이 ‘기어VR’이라는 협력 결과물을 공식적으로 내놓기 석 달 전이었다.

2002년부터 아케이드, 콘솔게임을 개발한 노하우에 2012년부터 수행한 정부과제(체감형디바이스통합플랫폼 개발) 경험을 활용해 1년 만에 상용 게임을 만들어냈다.

개발을 진행하며 동시에 2014 부산지스타, 2015 MWC, 2015 GDC에서 연달아 데모버전을 내놨다. 아직까지 적당한 VR 콘텐츠가 없다보니 공개할 때마다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지스타에서 처음 공개한 이후 일본 게임전문지 게임와치는 모탈블리츠VR을 두고 “VR게임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고 평가했다.

올해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대회(GDC)에서는 협력사 삼성전자 북미 관계자가 “이렇게 복잡한 VR 게임을 제대로 구현한 것은 모탈블리츠가 처음”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모탈블리츠 공개 이후 미국 대형 영화사와 국내 연예기획사 등이 게임 외 VR 콘텐츠 제작을 위해 스코넥엔터테인먼트에 손길을 내밀었다.

VR 시장은 아직까지 초기단계다. 3월 오픈한 오큘러스 스토어(기어VR 전용)에는 현재 10여개 콘텐츠가 등록됐다.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VR용 콘텐츠 연구개발(R&D)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본격 출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내기업으로는 스코넥엔터테인먼트와 네스토스가 VR 콘텐츠 제작에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네스토스는 3월에 오큘러스 스토어에 무료 VR용 퍼즐게임 ‘제임스의 유산’을 출시했고 KT 역시 오큘러스 스토어에 영화 등 기존 영상물을 입체적으로 감상하는 ‘올레TV모바일’ 솔루션을 공급했다.

최정환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제2사업본부장은 “기기와 콘텐츠의 최적화 연동 기술 그리고 VR에 맞는 연출 노하우가 핵심”이라며 “삼박자가 맞지 않으면 어지러움증을 느끼는 등 몰입에 큰 방해를 받는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 따르면 세계 VR 시장은 2020년경 3910억달러(약 420조원) 규모로 성장한다.

김성근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상무는 “국내 게임업계가 온라인과 모바일 양쪽 모두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며 “VR용 콘텐츠는 게임은 물론이고 영화, 엔터, 광고 등 콘텐츠 산업 전반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