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중국이 장악한 강화유리 시장 진출…사업팀 구본준 부회장 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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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까지 관련설비 갖추고 연 1억셀 규모 생산

LG전자가 대기업 처음으로 강화유리 가공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 비엘(BIEL), 렌즈테크놀로지 등이 값싼 인건비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LG전자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수요를 견인할 제품의 커버글라스 가공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LG전자는 최근 강화유리 가공 사업 준비에 착수했다. 구본준 부회장 직속으로 관련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오는 6월 말 관련 생산설비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LG 관계자는 “지난 2013년부터 검토해 왔던 사업으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가운데 어느 곳에서 주도권을 쥐고 추진할지를 놓고 고민하다 최근 LG전자로 가닥을 잡았다”며 “유리가공 공정에 필요한 프린팅 장비 등은 대부분 기존 장비를 그대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현 구미공장 외에 LG전자가 베트남에 짓고 있는 생산단지와 인적 자원을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생산능력은 연 1억셀 규모다.

LG전자가 유리가공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생산을 중단하면서부터다. 경북 구미공장 유휴 생산라인을 활용할 수 있는 대안 사업을 모색하다 PDP 생산 기술과 연관성이 있는 강화유리 가공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PDP 패널은 단일 픽셀마다 홈을 파서 형광체를 집어넣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홈을 파는 기술을 다듬으면 강화유리 커팅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기존 PDP 라인 일부를 이용해 유리를 가공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가전용으로 내부 수요 충당이 목적이었다.

LG전자가 중국 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유리 가공 사업에 뒤늦게 뛰어드는 것은 기술 내재화 목적이 크다. 최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제품이 등장하면서 강화 유리 가공능력은 전체 수율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공정으로 부상했다. 유리 측면을 다듬고 각종 버튼이 위치할 자리를 모양에 맞게 뚫고 다듬는 컴퓨터수치제어(CNC) 절삭 공정이 핵심이다. 이 분야 자동화 기술을 확보해 원가경쟁력은 물론이고 제품 품질까지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새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받는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강화 유리 생산도 고려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은 관련 시장이 존재하는 데다 기술 내재화 차원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노동집약적인 연마용 CNC 공정을 자동화해 생산력을 높이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