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파 韓人의 돌비 美 본사 진출… "`개방·자율`이 돌비 50년 혁신의 힘"

“‘돌비 래버러토리스(돌비)’는 사명 ‘래버러토리스(연구실)’가 나타내듯 연구개발(R&D)에서 시작했고 R&D로 존속하는 회사다. 자유로운 창의문화 내재화야말로 돌비가 반세기 동안 혁신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오태호 돌비 래버러토리스 글로벌 모바일 부문 책임(상무)이 지난 15일 서울 역삼동 돌비코리아에서 본지와 만나 돌비의 개방과 혁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돌비코리아 제공>
오태호 돌비 래버러토리스 글로벌 모바일 부문 책임(상무)이 지난 15일 서울 역삼동 돌비코리아에서 본지와 만나 돌비의 개방과 혁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돌비코리아 제공>

오태호 돌비 글로벌 모바일책임(상무)의 말이다. 그는 입사 5년 만에 돌비 모바일 사업을 지휘하는 자리에 올랐다.

오 상무는 돌비 지향점을 ‘사용자가 최고 엔터테인먼트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모바일 기기 확산과 함께 이어폰만으로 입체 음향을 구현하는 ‘돌비 오디오’를 개발, 확산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개발과 콘텐츠 제작, 전송 등 사용자에게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구현하는 모든 것을 고민한다.

한국을 돌비의 중요 ‘테스트 베드’라고 강조했다. 국민 80%가 스마트폰을 쓰고 새 기술에 역동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에는 CJ E&M과 ‘돌비 오디오’를 적용한 모바일 영화 주문형비디오(VoD) 애플리케이션(앱) ‘빙고’를 국내에 출시했다. 그는 “2년 전 존 쿨링 돌비 E미디어사업부 부사장이 내한해 한 달간 머무른 것도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존트’사와 공동 개발해 오는 6월 출시할 돌비 애트모스 적용 가상현실 솔루션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VR 등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로 구현되는 것으로 영상과 음향 입체감을 더해 가상현실 실감성을 극대화한다.

오 상무는 “미국 할리우드가 가상현실에 관심을 키우는 등 시장 여건이 우호적”이라며 “돌비의 JPEG 하이 다이내믹 레인지(HDR) 표준화, 돌비비전 등 실감영상 확산 노력도 가상현실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돌비 R&D 원천’에 대한 질문에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돌비 본사를 소개했다. ‘음향 연구실’과 80석 규모 극장이다. 45년 된 건물에 수십년간 음향 연구에만 몰두한 백발 연구원이 상주하며 오로지 음향에만 몰입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누구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연구실 ‘할아버지’와 토론한다. 아카데미상 심사가 이뤄지는 본사 극장에서는 자유롭게 스피커를 뜯어 재배치하며 실험한다. ‘자율’과 ‘창의’가 보장되는 개방적 기업문화가 돌비 혁신의 근원이다.”

돌비의 개방성은 오 상무 개인 경력에서도 드러난다. ‘순수 국내파 공학도’ 이력이 미국 주류사회에서 통했기 때문이다. 서울대에서 기계설계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를 거쳤고, SK텔레콤과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 등을 거쳐 돌비에 입사했다. ‘음악’을 좋아한 게 지원 이유였다.

그는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대표(사장)의 최근 연설 중 “내가 최고 연설가는 아닐 수 있다. 내 모국어는 공학”이라는 발언을 예로 들며 소통능력을 강조했다. 진정성이 세상을 울린다는 의미에서다.

“영어 실력은 중요치 않다. 진심을 담은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단 시간 내 핵심만 추리는 능력이다. 이런 진심이 통했고 인종·출신을 따지지 않는 돌비의 과감한 문화가 내가 돌비 모바일 사업을 맡게 된 배경이다. 협업 상대로 누구나 받아들이는 개방성이 돌비의 자부심이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