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ICT산업 허브도시, 대전을 가다]<중>유망기업-인소팩

인소팩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 무전기 시대를 연 글로벌 방위산업(이하 방산)기업이다.

방산은 다른 어느 산업 분야보다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대기업 파워가 강하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벤처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어렵다.

인소팩 직원이 디지털 무전기 등을 측정 시험하고 있다.
인소팩 직원이 디지털 무전기 등을 측정 시험하고 있다.

인소팩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 손동철 사장이 지난 2000년 대덕연구단지에서 창업한 이 회사는 탄탄한 기술력과 제품으로 유무선 통신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방산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 벤처기업이 방산 1차 벤더로 선정되기는 인소팩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정부가 지난해 국내에서 단 두 곳만 선정한 히든 챔피언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방위사업청 ‘글로벌 방산 강소기업 육성사업’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진정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채비를 갖췄다.

인소팩 주력 제품은 디지털 무전기다. 무전기 혁명이라고 찬사받는 제품이다. 기존 무전기보다 기능과 성능 면에서 월등히 앞선다.

제품군도 ‘아크로 S’ ‘윙’ ‘아크로 SM’ 등으로 다양화했다. 제품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휴대폰처럼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두 사람 이상이 동시에 실시간으로 통화할 수 있다. 기존 무전기는 상대방에게 말할 때마다 PTT(Push To Talk) 버튼을 반드시 눌러야만 했고, 상대방 말이 끝나야 통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디지털 무전기는 병사가 총을 든 상태에서 번거롭게 PTT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돼 전투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휴대폰이나 모토로라 무전기로 통신이 되지 않는 산악지역, 터널, 지하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통신할 수 있다.

통달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휴대폰 중계기처럼 일정 거리마다 중계기를 설치해야 하는 타사 제품과 달리 별도 중계기나 기지국이 필요 없어 시스템 구축이 편리하다. 무전기 안에 양방향 자동 중계 기능을 내장함으로써 차별화했다. 주변에 다른 무전기가 있다면 3~15㎞까지 통신이 가능하다.

인소팩 고속무선통신장치는 회사 성장 발판이 된 제품이다.

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꼬박 12년이나 걸렸다. 지난 2002년 입찰 당시 삼성 탈레스, LIG 넥스원, 현대 제이콤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을 제치고 사업 선정자로 선정돼 방산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고속무선통신장치는 그룹을 구성하는 모든 전차에 위협이 될 만한 정보와 차량 정보를 1초 이내에 전송해준다. 기지국이 필요 없는 중계 기능을 내장했다. 전차 승무원과 보조 승무원이 실시간으로 통화할 수 있다. 현재 K2 전차에 공급되고 있다.

인소팩은 지난해 벤처기업으로는 쉽지 않은 절충교역에 참여해 미국 레이시온에 40만달러 규모 디지털 무전기 세트를 수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절충교역으로 국내에서 기술이전이나 교육 등이 아닌 완제품을 수출하기는 방산업체 역사상 인소팩이 유일하다. 이는 사전 단계에서 철저한 준비와 위한 수요자 눈높이에 맞춘 우수한 제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절충교역은 특성상 무기계약 관련 정보가 쉽게 공개되지 않고 공급업체가 세계적인 대기업이다 보니 중소벤처기업 접근이 어려웠다. 절충교역은 해외에서 무기 또는 장비 등을 구입할 때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받거나 국산 무기 및 부품을 수출하는 등 일정한 반대급부를 제공받는 조건부 교역을 의미한다.

인소팩의 가장 큰 경쟁력은 우수한 기술력이다.

애드호크망에서 모든 노드가 마스터인 동기방식과 FH-TDMA 방식을 사용한 음성·데이터 통신기술은 신기술(NET)로 인정받았다. 이 기술은 기지국이 없는 자율망에서 꼭 필요한 기술이다. 통신 중요 요소인 맥(MAC) 기술, 지리정보시스템(GIS) 엔진 등 독자적 기술을 확보해 차별화된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인소팩은 해마다 전체 매출액 2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핵심 전략 기술을 개발하고, 10년 앞을 내다보는 미래 먹거리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한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벤더, 미국 국방벤더, 미국 연방벤더 등 7개 해외 벤더로 등록돼 미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홍콩, 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여러 국가에 특수 용도 무전기를 수출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에는 해외 지사, 매장, 창고, 콜센터, 애프터서비스(AS)센터를 설치해 미국 대형 유통망과 무역할 수 있는 기반도 갖췄다.

사업 영역도 다각화했다. 기존 방산 위주에서 민수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제품도 기업간거래(B2B) 위주에서 기업소비자간거래(B2C)로 영역을 넓혔다.

무역을 최우선으로 펴는 수출 정책을 추구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

손동철 사장은 “단순히 외형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추구하는 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