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대형병원, 국산 의료기기 개발 본격화…진료 수익 한계 돌파구

대형병원 중심으로 국산 의료기기 개발이 본격화된다. 진료 수익에 한계를 겪는 대형 병원이 의료기기업체와 협력,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기기업체에는 국산 의료기기 개발 임상실험은 물론이고 신뢰성 확보에도 좋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

21일 병원업계에 따르면 서울아산·서울대·서울성모·분당서울대·가천대길·이대목동병원 등 대형 병원이 기업과 협력, 의료기기를 개발한다. 정부도 병원과 의료기기업체 간 협력을 적극 지원한다.

서울아산병원은 한국벡스팜제약과 협력, 의료용 저압흡인기 개발을 추진한다. 서울아산병원 의료간호시스템과 한국벡스팜제약 치료재료 제조 솔루션을 융합한다. 의료기기 개발 협력은 서울아산병원의 기술 이전으로 이뤄졌다. 이전 기술은 각종 수술이나 치료 후 체내에 고이는 액체를 체외로 배출시키는 의료용 저압흡인기 배액주머니다. 지난해에는 현대중공업과 의료용 중재시술 로봇 통합 시제품을 공동개발, 완성했다. 병원 중심으로 개발된 첫 의료용 로봇이다.

서울대병원도 국내 의료기기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 의료기기를 개발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산의료기기 신제품 사용자 테스트 지원사업’ 일환이다. 의료기관 제품 성능 테스트로 국산 의료기기 제품 품질 경쟁력 향상과 시장 진출 활성화가 기대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뉴옵틱스와 의료기기 개발 연구협력을 진행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중개로 전혈구계수검산(CBC) 장비를 공동 개발한다. CBC는 혈액 속 혈구를 분석하는 장비다. 서울성모병원은 매뉴얼 슬라이드 리뷰 관련 연구를 비롯한 임상시험, 교육활동 등을 지원한다. 첨단 융복합방사선의료기술연구소를 개소, 융·복합 방사선 의료기기 개발도 검토한다.

분당서울대병원도 적극적이다. 엑스레이진단기,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진단기기 기업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 조직인 ‘의료기기연구개발센터’를 만들었다. 의료기기 개발부터 인허가 등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지원한다. 병원과 의료기기업체 간 새로운 협력 모델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퓨처플레이와 IT헬스케어 사업 개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휴대용 초음파진단기 제조업체인 힐세리온과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의료기기 분야 사업화 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추진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오는 23일 의료기기 상생협력 세미나를 개최하고 공동 개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생체현상측정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대형병원 관계자는 “병원도 의료기기 개발을 주력 분야로 인식하고 있어 향후 의료기기 업체 간 협력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업체는 병원의 적극적 협력을 반기는 분위기다. 국산 의료기기업체는 해외에서 팔리는 의료기기를 개발해도 국내 병원이 신뢰하지 않아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조사 결과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이 도입한 국산장비 비율은 13.8%에 불과하다.

이재화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과거 국내 의료기기 역사가 짧아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며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자 병원과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도 확대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용 수술로봇 등 의료기기 개발 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최신 기술 발전에 맞춰 의료제품 개발단계별로 필요한 안전성과 효능검증 평가기준을 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관계자는 “의료제품 관련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은 최신 과학기술과 개발 동향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