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거래, 해커출신 스타트업 등장했다

국내 유명 해커가 비트코인 거래소를 창업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해킹 대회 ‘데프콘’과 ‘코드게이트’에서 입상한 바 있는 차명훈 디바인랩 대표가 주인공이다.

차명훈 디바인랩 대표
차명훈 디바인랩 대표

포항공대 보안 동아리 ‘플러스’ 회장 출신인 차명훈 대표가 비트코인 거래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향후 시장의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국내 비트코인 보급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세계적인 추세와 전문가의 전망을 봤을 때 결국 차세대 결제 시스템으로 비트코인이 자리 잡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차명훈 대표는 “미국, 영국, 일본을 중심으로 비트코인이 확대되고 있지만 한국은 초기단계여서 기회를 봐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디바인랩이 만든 비트코인 거래소 ‘코인원’의 경쟁력은 보안 전문가 출신이 만든 만큼 강력한 ‘보안성’에 있다.

차 대표는 “일본 최대 규모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가 해킹을 당해 2013년 말 주가가 폭락하며 결국엔 파산에 이르렀다”며 “한창 비트코인이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 벌어진 일이어서 시장을 위축시켰던 사건으로 기록됐지만 이를 계기로 보안에 가장 강력한 비트코인 거래소를 만드는데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디바인랩은 미국 비트코인 보안 기업 ‘빗고’와 제휴해 해킹 위험을 줄인 ‘멀티시크 월렛’ 보안 시스템을 구축했다. 암호화키를 세 개 제공해 해킹 위험을 분산시키고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도 고객의 비트코인은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비트코인 지갑은 암호화키가 한 개다. 해커가 고객의 비트코인을 모두 가져가기 위해서는 여러 개 키를 분석해 내야하기 때문에 철저한 방어벽이 설치돼 보안성을 높였다.

비트코인 불모지와 다름없는 한국에서 비트코인 창업을 결심한 차명훈 대표는 기존 금융 서비스가 가진 비효율성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체 결제 수단으로 향후 2년 안에 비트코인이 세를 넓힐 것으로 전망했다.

비트코인은 이미 세계 금융시장에서 하나의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 델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나 일본 최대 상거래 사이트인 라쿠텐에서도 이미 비트코인 결제가 시작된 지 오래다. 유럽과 중국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차 대표는 “비트코인은 세계 공통 화폐로 환전도 필요 없고 송금 수수료도 없다”며 “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혁명이 일어난 것처럼 국가를 넘어 비트코인도 통화 가치교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핀테크 열풍이 불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가야할 길은 멀다. 일단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가맹점이 절대적으로 적다.

차 대표는 “비트코인이 성장하려면 고객, 상점, 규제 세 가지가 동시에 커져야 한다”며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비트코인 초기기업으로서 견실하게 시장의 크기를 넓혀나가 국내 비트코인 산업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